中, 금병추첨제 추진에 티베트선 “차라리 선출제로”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54호 10면

14대 달라이 라마의 본명은 텐진 갸초다. 13대 달라이 라마가 사망한 지 2년 후 티베트의 섭정(달라이 라마 공백기의 수반)은 호수 수면에서 새로 태어난 ‘환생 어린이(轉世靈童)’의 모습을 보았다. 어떤 사원과 가옥, 그리고 아기의 모습이 나타났다.

달라이 라마의 환생 신화도 끊어지나

조사대가 수소문한 끝에 티베트 북동부에서 해당 가옥을 찾아가자 두 살짜리 아이는 변장하고 있던 라마들을 알아보고 이름을 불렀다. 또 라싸에서 1600㎞나 떨어진 농촌 마을에서 자랐지만 라싸 말을 알아들었다. 13대 달라이 라마가 쓰던 염주·지팡이·북을 구분하는 시험도 통과했다. 13대 달라이 라마는 정치 권력을 완전히 장악하고 청(淸) 왕조와 중국 국민당, 영국, 러시아 사이에서 티베트 독립과 경제발전을 꾀한 인물이었다.

라마교의 가장 독특한 제도는 전세(轉世·환생)와 활불(活佛)을 인정하는 것이다. 정치·종교의 수장인 달라이 라마는 관음보살의 화신으로 일컬어진다. 판첸 라마와 고승들에 대해서도 청 왕조는 전생을 인정했다. 건륭제 시절 활불 숫자가 148명에 이르렀다는 기록이 있다. 이 제도는 혈통 승계를 할 수 없는 특정 계파의 승려들이 정치 권력과 사원을 계속 장악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해석도 있다.

중국은 달라이 라마가 세상을 뜨면 청 왕조가 18세기에 만든 금병(金甁·사진)추첨제도를 부활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금병에 환생 후보 어린이의 이름을 적은 상아 막대를 넣어 해당 상아를 뽑아야만 환생자로 인정하는 제도다. 라마교 고승들의 심사·지명권을 중앙정부가 빼앗아가는 것으로 간주돼 티베트인은 이를 거부해 왔다. 중국은 1995년 11대 판첸 라마를 고를 때 이를 강제로 실시했다. 달라이 라마가 환생자로 인정한 게둔 초에키 니마(17)는 지금도 행방불명이다.

이에 대해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인이 원한다면 나는 다시 환생해 달라이 라마가 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달라이 라마 제도 역시) 왔다가 갈 것이고 현실 상황에 따라 변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11월 15대 달라이 라마를 고승들의 투표로 선출하거나 자신이 직접 지명하는 방식까지 거론한 적이 있다. 중국의 거센 압박 속에 500여 년을 지켜온 환생 제도 역시 명맥을 잇기 힘들기 때문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