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이 공교육 걱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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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학교에 학원강사를 초빙해 보충수업하면 학교 선생님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최근 일간지 광고면 하단에 깔린 성명서 중 일부다. 내용만으론 교직원 노조가 낸 것 같지만 사실은 학원들의 연합단체인 한국학원총연합회가 냈다. 학원들이 공교육을 걱정해주는 형국이 된 것이다.

학원총연합회는 13일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서 '교육 살리기 전국 100만 학원인 궐기 대회'를 열기에 앞서 이 같은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

연합회는 "2.17 사교육비 대책은 사교육을 더욱 조장하는 정책입니다"라고 제목을 달았다. 사교육이 늘어나면 학원 입장에선 더 좋을 수 있는데도 "사교육을 조장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EBS와 보충학습에 대한 학원들의 위기감이 뚜렷하다. 학생들을 학교나 TV.인터넷에 붙잡아두려는 정부의 정책이 학생들을 아예 학원으로 갈 수 없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학원연합회 측은 EBS에 출강하는 학원 강사는 학원에서 받지 말라고 독려하고 있다.

학원연합회는 "보충수업을 실시한다면서 하루 15시간씩 학생을 학교에 잡아두는 반교육적인 나라가 전 세계에 어디 있느냐"고 비판했다. "역대 정권에서 실시한 EBS 수능과외는 이미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실패한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라는 비난도 쏟아냈다.

대신 수준별 학교 수업을 강화하고 교원의 경쟁력을 높이면 공교육이 정상화될 것이란 해법을 제시했다. 법정 수강료보다 더 받는 학원도 고발하겠다고 약속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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