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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교육개혁 전도사'로 나선 30대 교직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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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난달 26일 성균관대 6백주년 기념관 강의실. 50대 후반의 나이 지긋한 학부장들이 강사를 향해 손을 번쩍 들었다.

"교수 이기주의라는 게 무슨 말인가요." "학과를 없앤다면 그 다음은 어떻게…." 질문들이 쏟아져 나왔다.

강사는 한참 후배 뻘인 이 대학 전략기획팀의 이철우(李哲雨.36) 계장이었다. 교직원 경력 8년의 李씨는 이 대학 학장.교무위원 등 전체 보직 교수 100명에게 "교수 중심의 대학이 아니라 학생과 학습 중심의 대학으로 바뀌어야 21세기 무한경쟁시대에서 살아 남을 수 있다"고 역설했다. 서정돈(徐正燉)총장도 李씨의 말을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받아 적었다.

'대학 개혁의 전도사'로 불리는 李씨는 13일엔 교육인적자원부에 출강한다. 대학정책을 총괄하는 인적자원관리국(옛 대학지원국) 이종갑 국장.이종서 감사관 등 교육부 직원 50명에게 '21세기 미국 대학 변화의 실상'을 주제로 강연하기 위해서다.

李씨는 "교육부에 시장의 힘, 경쟁의 논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려 한다"고 말했다. 모든 대학을 다 챙기는 선단식(船團式)정책으로는 경쟁을 통한 대학의 질 개선이 어렵다는 점을 역설하고, 대신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경쟁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틀을 만들어달라는 주문을 하겠다는 것이다.

성균관대 신방과 93학번인 그가 이처럼 대학 개혁의 전도사로 나선 것은 동료 직원 두명과 함께 '대학혁명'이란 책을 번역하면서부터다. 대학 발전계획 수립 업무를 맡고 있는 李씨는 그동안 참고할 만한 국내 서적이 없어 안타까워 하던 중 2002년 인터넷을 통해 두데스탯 미국 미시간대 명예총장이 쓴 이 책을 발견했다. 李씨는 밤샘 번역작업에 들어가 지난 1월 번역서를 출간했다.

이 책을 읽어본 교육부 직원들이 그에게 강연을 부탁했다. 고려대.한양대 등은 교직원들에게 대학 개혁 마인드를 불어넣기 위해 이 책을 단체 구입했다.

李씨는 "현재 상당수 대학이 학생 부족으로 힘겨워하는 상황"이라며 "변화하고 개혁하지 않으면 대학의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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