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리팩스 G7회담 앞서 兩國정상 공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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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서방선진7개국(G7)정상회담이 열리고 있는 캐나다 핼리팩스에는 여느때 같지 않은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자동차분쟁을 둘러싼美日간 「심리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개편문제를 비롯한 주요의제들이 즐비한데도불구하고 각국 보도진의 최대관심사는 역시 美日간 통상마찰문제.
제3국 기자들은 모여 앉기만 하면 이 이야기다.G7의 개막만찬에 앞서 열린 양국정상회담이 1시간30분간 진행 되는 동안 자동차문제에만 20분 가까이를 소요한 것만봐도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싸움은 일본의 선제공격으로 시작됐다.G7 정상중에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일본총리가 제일 먼저 핼리팩스 회담지에 도착했을 뿐 아니라 실무관료들도 일찌감치 진을 친채 각국 보도진을상대로 한 자료배포와 사전 브리핑으로 선수를 쳤 다.
미국측은 하루 늦게 발동이 걸렸다.크리스토퍼 美국무장관과 고노 요헤이 日외무장관의 회담내용을 중심으로 한 기자회견에서 美고위당국자는 단호한 어조로 반격을 가했다.
『1백% 보복관세 부과를 시작하는 시점인 오는 28일은 목표일이 아니라 최종시한이다』『자동차 문제는 핼리팩스에서 논의할 대상이 아니다.제네바 실무회담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있을 것을 기대한다.』 이날 오후 빌 클린턴 美대통령이 워싱턴에서 날아오자마자 곧바로 무라야마 총리와의 단독회담이 시작됐다.
회담 직후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는 한치의 양보도 없는 장군멍군이 벌어졌다.클린턴 대통령은 회담장에 들어가기 직전에도 『제네바실무회담이 실패하면 28일부터 즉각 관세부과에 들어간다』는점을 분명히 밝혔고 기자회견장에서 똑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무라야마 총리 역시 『일본은 관세부과조치를 받아들일 수 없으며 국제무역규범상 무효』라고 되받았다.
칼자루를 쥔 미국으로서는 대통령의 공식기자회견으로 자동차문제를 일단 매듭지었으나 일본은 이날 저녁 늦게 총리대변인이 나서서 다시 반격작전을 폈다.정상들의 공식기자회견으로는 불충분하니회담진행내용을 다시 소상하게 설명해주겠다는 것이 었다.
『클린턴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무라야마 총리는 美국내법으로 정한 시한을 강요하는 것은 유감스런 일방조치라고 반박했다….일본시장의 폐쇄성을 전제로 하는 질문에는 답변할 수 없다.일본은충분히 열려있다… 제네바회담까지는 많은 시간이 있다.』 총리실대변인은 기자들의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이 유창한 영어와 불어로조목조목 응대해 나갔다.그는 또 對이란 경제제재 거부문제에 관해 미국측이 언제,어떤 경로로 요청했으며 日정부가 왜 거부키로했는지를 자세히 설명했다.
일본기자의 말인즉,『일본의 전통적인 정경분리원칙에 비추어 이상할게 없다.하지만 이번 제재 거부문제는 미국의 자동차관세부과조치와 결코 무관치 않다』며 빙그레 웃었다.
한 프랑스 기자는 『일본이 국제회담석상에서 이처럼 강력하게 미국과 맞붙을 줄은 미처 몰랐다』며 놀라움을 표시했다.아무튼 이 정도면 일본의 「NO」작전도 말로는 충분히 발효된 셈이다.
문제는 행동으로도 계속 「NO」작전을 밀어붙일수 있을 것인가다. [핼리팩스=李璋圭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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