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방선거인가 大選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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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선거정국이 갑자기 왜 이런가.
지역일꾼을 뽑는 지방선거가 돌연 정권을 겨루는 대통령선거,또는 격렬한 총선거 같은 분위기가 되고 있다.김대중(金大中)씨가정치 일선에 뛰어든 것을 계기로 선거정국은 급격히 3金대결 양상을 띠면서 중앙정치의 대결장으로 변모하고 있는 분위기다.도대체 지방선거에서 내각제가 왜 큰 쟁점이 되며,지원유세 간 사람이 자기 대선(大選)운동을 하는 현상이 어째서 나오는가.
이 바람에 지방선거에서 정작 있어야 할 지역살림의 청사진경쟁이나 후보자질에 대한 검증노력은 아예 실종되거나 관심의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무엇보다 중앙정치의 쟁탈대상이 되는 광역단체장선거를 제외한 다른 지방선거자체가 국민관심에서 밀 려나는 경향이다. 우리는 지방선거의 본질을 훼손하는 이런 선거양상의 왜곡이 다른 사람도 아닌 이나라 정계의 최고지도자들에 의해 조성되고 있음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유세일선에 나선 김대중씨는 연설 대부분을 金정권에 대한 비판과 소위 지역등권론으로 채우고있고,김종필(金鍾泌)씨 역시 金정권공격과 이른바 「핫바지」론으로 지역감정을 자극하고 있다.민자당 역시 양金씨 공격에만 당력(黨力)을 집중하고 있어 3당 모두 「지방」아닌 중앙정쟁(政爭)으로 선거판을 몰아가고 있다.
지방선거가 이래도 괜찮은가.우리는 먼저 이른바 지도자들과 각정당이 지방선거에 대한 인식부터 바로 갖고 지금부터라도 자세를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지원유세라면 그 지역의 살림에 자기당의후보가 적격자임을 역설하고,지역발전의 청사진 을 제시하는 내용등이 중심이 돼야지 자기의 대선(大選)야망을 역설하는 자리일 수 없다.또 지방선거가 정권교체나 정권연장을 결판내는 선거일 수도 없는 것이다.지방선거를 지방선거답게 바로 알고,지자제의 정착을 돕는 자세로 정당과 정치지 도자들의 자세전환이 시급하다. 그리고 유권자들도 이번 선거의 본질을 유념하고,소위 지도자들의 정쟁에 말려들지 말기를 호소한다.지원유세를 하는 거물이 아무리 마음에 들더라도 그가 지원하는 후보가 시원찮으면 뽑아줄수 없는 것이다.3金으로 다시 남한 천하가 ■分되 거나 후보자개개인의 자질.공약은 아랑곳없이 지역감정으로 몰표를 쏟아부어 특정당의 특정지역 점령사태 같은 현상이 와서는 이 나라에 퇴보밖에 가져올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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