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30代가 20代에 바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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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6.27 지방선거가 열하루 남았다.
후보들의 공식적인 선거운동도 시작됐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 찾아온 것이다.
그러나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아직도 부동층이 40~50%에 이르고 곳곳에서 정치무관심의 징후가 보인다.이런 까닭에 건국후최초의 전국적인 지방선거가 우리 정치와 시민의 삶에 어떤 좋은변화를 가져올지에 대해 걱정되는 바가 적지않다 .변화를 주도할집단은 유권자의 57%를 차지하는 20~30대의 젊은 세대들이다. 그런데 요즘 같은 젊은 세대들이라고 해도 『가장 보수적인20대,가장 진보적인 30대』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20대가 보수적이라고 하는 얘기는 그들이 친여성향이나 반공의식이 투철하다는 뜻이 아니고 사회의 흐름에 오불관언(吾不關焉)하고 정치 자체를 외면하는 전반적 무관심에 빠져 있다는 의미다.그 실체에 관해 논쟁거리가 되는 이른바 X세대다 .반면 30대는 드라마 『모래시계』에 나오는 주인공들처럼 군부독재와 「광주항쟁」을 경험한 소위 모래시계세대를 말한다.오늘의 20대는 자유분방하다.그들은 기성의 가치질서를 무시하면서 당혹스러울 정도의 신선함을 보여주기도 한다.컴퓨터를 잘 다루며 배낭여행등을통해 견문을 넓혀 「세계화」도 돼 있다.
그러나 그들은 30대와 같이 선거를 통해 새로운 변화를 일으켰던 85년의 2.12총선을 경험하지 않았으며 오늘의 문민정부의 밑거름이 됐던 87년의 6월 시민항쟁도 몸소 체험하지 않은세대다.그들에게 정치는 더이상 흥미거리가 아닌 「사양산업」일지모른다.그럼에도 불구하고 20대가 선거에 적극 참여해 변화의 주역이 되길 기대하는 것은 비단 「진보적인 30대」의 바람만은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자기에게 시민의 권리로서 소중하게 주어진 한표의 투표권을 행사해 주길 바라는 것이다.20대의 정치적 무관심을 낳은 필연적인 환경을 이해하고는 있으나 정치적 무관심으로는 그 어떤 사회적 문제도 풀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20대의 신선한 감각과 세계를 향한 개방적인 성격은 사회현상에 대한 적극적인 자기발언을 통해서만 제 가치를 보장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정치적 허무주의를 극복한 20대의 선거참여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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