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cover story] 中 허난 서커스단 류서우잉 단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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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경기도 부천의 동춘 서커스단 공연장에서 만난 중국 허난서커스단 류서우잉(劉壽英.41.사진)단장. 그와 서커스단원 20명은 올 초부터 동춘 서커스단과 이곳에서 합동 공연을 하고 있다.

劉단장은 특기인 마술을 통해 3년 전 동춘과 연을 맺은 뒤 "중국 단원들이 있으면 좋겠다"는 박세환 단장의 말에 지난해 고향인 중국에 돌아가 20명을 데리고 왔다. 劉단장의 고향인 허난(河南)성에는 5대째 기예를 직업으로 하고 있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 서커스가 대중화돼 있다. 그래서 인원을 모으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劉단장을 포함해 단원 대부분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서커스를 해 온 사람들이다. 평생 동안 이곳저곳을 다닌 덕분에 그 넓은 중국 본토에서도 안 가본 곳이 거의 없을 정도다. 천막과 장비를 들고 다니며 마을마다 멈춰 보름 혹은 한달씩 공연하는 것은 우리네와 비슷하다. 어쩌다 운이 좋아 외국 공연기획사와 줄이 닿아 외국공연도 나가 본 사람도 많다.

허난서커스단의 맏형 격인 마둥팡(馬東方.18)군도 어린 나이지만 한국이 벌써 다섯번째 나라다. 어려서부터 링체조 선수로 훈련을 받아온 덕에 팔힘은 어른 못지않다. 여자 단원 두명 쯤은 팔만 써서도 거뜬히 들어올릴 수 있다. 가 봤던 나라 중에 어디가 제일 좋으냐고 묻자 자신있게 "한국"이라고 대답한다.

이유를 물으니 약간은 수줍은 듯 "장나라가 좋아서…"란다. 대부분의 단원이 마군보다 어린 소년.소녀들이다. 그래서인지 공연이 끝난 뒤엔 TV로 한류스타를 마음껏 보는 것이 이들에겐 가장 큰 즐거움이다.

현재 우리 나라에 와 있는 중국인 서커스단은 모두 6개월짜리 공연비자를 가지고 입국한 사람들이다. 이들의 공연을 기획.알선하는 아리랑예술단 최일식 단장은 "대부분 체격이 왜소한 데다 어렸을 때부터 서커스밖에 배운 게 없는 사람들이라 공연장을 이탈해 불법 체류자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한다.

비자가 만료된 뒤 한국에서 더 공연하려면 본국으로 돌아가 기한을 갱신해 와야 한다. 劉단장에게 다음 6개월에도 비자연장을 할 것이냐고 묻자 "있을 수 있을 만큼 계속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자신이 와서 겪어보니 기본적으로 한국인들은 서커스를 좋아하는데 그만큼 볼 기회가 없기에 앞으로 자신들이 할 역할이 많다는 것이다.

서커스가 단지 하나의 아스라한 추억으로 여겨지는 이 땅에서 우리를 대신해 그 불씨를 다시 일으켜보겠다는 다짐, 그들에겐 '코리안 드림'이었다.

김필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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