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에 바란다-公明성패는 자율적 통제력에 달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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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공명선거」는 우리 사회가 한결같이 바라온 오랜 꿈이자 목표다.선거가 공명하게 치러지지 않는다면 아무리 여러번 선거를 치른들 선거 본래의 기능은 살아날 수 없다.
무슨 일이 있어도 당선부터 되고 보자는 식의 천민 민주주의적발상과 허세를 없애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모처럼 새로운 안목과 관점에 기초한 통합선거법이 만들어졌으나선거 주체들의 의지와 결단이 따르지 않는한 문서상의 변화를 의미할 뿐이다.
선거라는「경기」는 유권자가 주역이 되어 치르는 정치적 축제다.이를 보다 단순화하면 후보자들간의 경쟁과 다툼으로 압축된다.
미국이나 캐나다처럼 정당정치가 잘 발달돼 있는 나라에서는 후보자들이 소속돼 있는 정당을 선거관리의 실질적인 주 체로 삼는다.이들간의 조정과 협의에 따라 선거관리 업무가 처리되도록 하고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관리상 정책방향의 정립.공명선거 실시와 관련된 일을 주로 다룬다.선거법 위반사례가 발생할때 후보자를 곧 바로 사법부에 넘기기 보다 당사자의 자발적인 승복과 합의를 종용한다.
미국의 경우 선거법위반 사례의 약 95%가 사법적 처리보다는법을 위반한 후보자와 선거관리위원회간의 조정.조율로 처리된다.
이는 선거 당사자인 후보 스스로 선거「경기」의 자율적 조정자가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선거의 성패는 선거 후보자들의 자율적 자기통제력에 달려 있음은 자명한 이치다.후보 스스로 공명선거에 대한 결의를 표명하고 실천에 옮길때 우리의 선거문화는 크게 달라질 것이다.선거과정상의 각종 탈법.불법 행위로 선거를 얼룩지게 하고 선거 무용론까지 거론하게 만드는 장본인들도 따지고 보면 후보자다.때문에 후보자의 공명선거 의지는 선거 정상화를 위한 제일의 과제인 것이다.
지금은 새로운 유형의 정치적 리더십을 갈망하는 헌정사적 전환기다. 바꿔 말해 선거구별로 후보자들이 한자리에서 공명선거 의지를 천명하고 공정하게 경기에 임하겠다는 서약에 나서는 것만으로도 유권자들에게 참신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후보자가 하는 공명선거 서약이야말로 최고의 선거전략이 아닐 수 없다.
당선되기만 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선거전에 임하기에는 이미시대가 달라졌다.개정선거법이 그런 태도와 자세를 용납하지도 않는다. 이번 선거에서야말로 페어플레이 이상 더 좋은 선거전략이없고 이번처럼 페어플레이를 필요로 하는 선거전도 그리 흔치 않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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