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공권력 이제야 제자리 찾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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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법무부가 불법 집단행동에 대한 형사재판 때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함께 판결할 수 있도록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을 개정키로 했다. 법질서 파괴 행위에 대해서는 사태가 종료됐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민·형사상 책임을 끝까지 묻는 ‘무관용의 원칙’을 철저히 지키겠다고도 했다. 불법 시위대 검거 등 정당한 공무집행에 대한 과감한 면책 보장으로 적극적인 공권력 행사를 돕겠다는 방침도 발표했다. 집회 및 결사의 자유는 철저히 보장하겠다는 다짐도 있었다. 검찰이나 경찰은 왜 진작 이런 일을 못했을까. 왜 자기 자리를 못 지켰을까. 스스로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 권력의 눈치를 보았기 때문이다.

최근 10년 가까이 공권력은 제자리를 잃고 방황했다. 사회 각 분야의 권위가 훼손되면서 질서유지의 보루인 공권력마저 권위를 잃었다. 노동부 장관이 “불법이라도 요구가 정당하면 들어줘야 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각종 이해집단들의 불법 집단 행동이 줄을 이었다. 주말마다 도심 도로가 주차장으로 변하는 것은 일상이었다. 책임 추궁도 거의 없었다. 경찰이 오히려 불법 시위자들의 눈치를 보는 정도였다. 경찰로 상징되는 공권력은 조롱거리가 됐다. 이런 나라에 누가 투자를 하려 하겠는가. 사회적 비용도 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05년 불법 집회·시위로 빚어진 사회적 비용을 12조원이라고 추산했을 정도다.

미국 뉴욕주 법원은 2005년 성탄절을 앞두고 대중교통노조가 사흘 동안 불법 파업을 벌이자 노조 측에 3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형사처벌은 별도였다. 국내에서도 이 같은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 코레일과 ㈜효성 노조에 수십억원씩을 회사 측에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불법 집단행동에 대한 민사 책임까지 확실하게 묻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인 것이다.

공권력이 무시당하고 어떻게 질서가 유지되겠는가. 질서만이라도 확실히 잡아보라. 나라가 달라질 것이다. 민중, 근로자, 농민의 이름 아래 나라를 불법 세상으로 만드는 것을 더 이상 묵인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