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한마디] 손실 봤다고 장기투자 말고 단기상품으로 갈아타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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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투자자들의 시름이 깊다. 세계적으로 주식시장이 침체에 빠져들면서 보유한 주식이나 펀드의 손실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30%의 원금을 날린 펀드도 나왔다. 일부 투자자들은 이미 때를 놓쳤다며 아예 외면하는 경우도 있다. 이른바 ‘비자발적 장기투자자’다. 과연 손실이 난 펀드나 주식은 장기투자만이 해답일까?

우리투자증권 PB전략센터 김석호(사진) 센터장은 “무작정 놔두는 것이 대안은 아니다”고 조언한다. 이미 손실을 보고 있는 투자자라도 포트폴리오를 잘 짜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예컨대 해외 주식형 펀드에 투자해 20% 손실을 봤다면 절반 정도는 환매한 뒤 연 7~8% 확정수익이 나는 단기 상품에 투자하면 손실을 절반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 상품을 추천하는 것은 하반기 이후 주식시장이 반등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모두 털어내지 않고 절반 정도를 남기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김 센터장은 “지금의 문제는 경제상태가 근본적으로 나쁜 것이 아니라 투자심리가 나빠진 것”이라며 상황에 맞는 투자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 7~8%의 확정금리 상품으로는 기업어음(CP)을 많이 추천한다고 했다. 주가연계증권(ELS)도 단골 메뉴다.

이익을 내고 있는 투자자라도 요즘 같은 때 무심히 들고 있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요즘 주식시장은 2~3% 올랐다가 5~6%씩 빠지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변동성이 큰 장에서는 이익이 나면 과감하게 챙겨야 선순환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김 센터장은 올해 기대할 수 있는 적정 수익률을 15% 정도로 잡았다. 지난해 50% 넘는 수익을 봤던 투자자로선 성에 차지 않지만 상황이 달라진 만큼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정도 수익을 올리기 위해 투자금의 30%씩을 각각 펀드와 단기채권에, 10%는 주식, 20%는 대기자금으로 운용하는 포트폴리오를 제시했다. 그가 상대하는 PB고객도 대체로 이런 자산배분을 하고 있다고 한다. 투자금이 적은 경우 혼합형 펀드에 가입하면 상품 내에서 배분효과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대기자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간간이 목표수익률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내는 상품이 나올 때를 대비해서다. 김 센터장은 “시장이 좋을 땐 사서 보유하면 그만이지만 약세장에서는 오히려 적극적인 투자마인드를 가져야 적정한 수익률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석호 우리투자증권 PB전략센터장
정리=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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