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살앓는한국통신>下.새 사령탑 경영혁신 방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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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여러분이 수십번 검토했던 것들을 내가 다시 붙잡고 많은 시간을 허비할 필요가 없다.』 8일 오전 첫 간부회의를 주재한 이준(李俊)신임 한국통신사장의 일성(一聲)이다.
李사장은 이번 사태의 조속한 해결과 함께 경영혁신작업을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이는 국가 기간통신망을 관리하는한국통신 사장에 非전문가인 李사장이 기용된 것이 군출신 특유의강한 추진력으로 조직을 일신시킬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라는 발탁배경과도 일치한다.
李사장은 지난 7일 취임식 직후 경영구상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경쟁과 개방시대에 걸맞은 정부의 세계화전략에 적극 부응하는 것이 기본방침』임을 밝혔다.
李사장은 우선 흐트러진 사내분위기를 일신하기 위해 임금및 근로조건등 복지부문에서 직원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할 계획이다.
또 민영화와 함께 97년 통신시장 전면 개방에 대비해 통신사업에 본격적인 경쟁체제를 도입하려는 정부 방침을 그 대로 수용,이에 적극 대비할 것으로 보인다.
李사장은 이와함께 각자의 책임소재가 명확한 책임경영체제를 실현하겠다고 말해 정보통신부와 한국통신이 검토해온 조직 분할을 통한 경영효율 제고를 적극 추진할 계획임을 암시하기도 했다.
대부분 국민은 이번 한국통신 사태를 계기로 국가 중추신경인 통신이 멈출 수도 있다는 엄청난 위기감을 느껴야 했다.이틈에 통산부와 한전은『한전의 통신산업 진출을 허용해 기간통신망을 한국통신.한전으로 이원화하자』고 주장,지금까지 추진 해왔던 한전의 통신사업 진출 명분을 극대화하는 발빠른 대응자세를 보였다.
이번 사태로 지금보다 더욱 많은 통신회사의 등장을 부추길 정책이 마련되고 지금까지 물밑에서만 진행돼온 한국통신의 분할과 민영화에 대한 논의가 수면위로 급부상했다.
한국통신의 분할은 경영 비효율성 제거와 5만2천여명에 이르는「공룡노조」에 대한 해결책 마련이라는 두가지 관점을 갖고 추진되고 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분할 방향은 세가지지만 가장 유력한 안은시내.시외.국제.데이터통신.위성통신등 5개 자회사로 분할하고 본사조직은 지주회사로 만들어 통신그룹화하자는 것이다.그 외에 지역분할을 하자는 안과 통신망 전담회사와 서비스 전문회사로 이원화하자는 안도 있지만 실현가능성은 다소 떨어진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평이다.
민영화를 둘러싸고 정보통신부.한국통신.재정경제원.민간대기업등은 필요성엔 동의하나 주식 보유 비율등에는 견해차가 커 한마디로 동상이몽(同床異夢)이다.
한국통신은 보유주식 51%만 팔아 정부투자기관 관리기본법에 의한 정부 규제를 피하겠다는 입장이다.정통부는 70%정도 매각해 민영화의 모양도 갖추고 최대주주로서의 권리행사로 한국통신에대한 영향력을 계속 행사하려는 생각이다.재경원은 재원확보 차원에서 1백% 민영화를 희망하고 있고,재계에서는 모든 제약을 없애고 완전 민영화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부 위탁으로 한국통신의 민영화 방안을 강구해온 한국통신 경영진단반이 정통부에 제출 예정인 최종보고서에서 실무책임자인 서울대 경영대 조동성(趙東成)교수는『분할없이 민영화는 추진하되 특정 대기업이 경영권을 잡지 못하도록 지분을 3% 로 제한할 것』으로 결론짓고 있다.
그러나 이 아이디어는 한국통신을 「주인 없는 회사」로 머무르게 해「효율성 제고를 통한 경쟁체제의 도입」이라는 당초 목적과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각종 규제의 틀 안에서 우리나라 통신서비스의 주역 자리를 지켜왔던 한국통신이 경쟁과 대외개방이라는 새로운 환경에 유연하게적응,지금까지 누려왔던 패자(覇者)의 위치를 그대로 유지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세계 유수의 통신업체들과 어 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지 국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끝〉 〈李玟鎬.金政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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