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민과 야당이 납득할 회견 돼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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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노무현 대통령의 11일 오전 기자회견은 정국의 분수령이다. 청와대가 밝힌 회견의 목적은 검찰의 대선자금 중간수사 결과 발표에 대한 盧대통령의 입장 표명이라고 한다. 盧대통령은 여기에 더해 선거법 위반과 10분의 1 발언 등에 대해서도 언급해야 한다. 그리고 그 안에는 선거법 위반과 관련해 국민과 야당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 다짐, 10분의 1 발언에 대한 사과와 철회가 담겨야 한다. 그래야만 파국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말꼬리 잡기를 할 상황이 아니다. 여권이 "사과로 풀릴 문제라면 탄핵을 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고집을 부리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원인 제공을 한 쪽은 누가 뭐래도 盧대통령이기 때문이다. 우리 헌법 제65조는 '공무원이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럼에도 "위법이라 해도 경미한 것"이라며 오히려 야당을 공격해서는 사태 해결이 안 된다. 탄핵 발의를 '정권찬탈 음모'라고 몰아붙이는 것도 과하다. 탄핵 발의가 찬탈 음모면 제도는 뭐하러 만들었겠는가. 탄핵 절차에 들어갔다는 것만으로도 반성하고 겸손해져야 한다.

여권이 오만한 자세를 견지하면 그 배경에 대한 의구심이 일 수 있다. 대통령이나 여당이 혹시 탄핵 문제를 확산시키는 것이 총선에 유리하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이는 국민을 볼모로 선거를 하겠다는 것밖에는 안 된다.

야당도 한나라당.민주당 대표의 10일 기자회견으로 하고 싶은 말은 다 했다고 본다. 그런 만큼 盧대통령의 11일 회견을 지켜보고 받아들일 만한 부분이 있으면 수용하면서 난국을 푸는 방향으로 가주기를 바란다.

여야의 오기싸움이 계속되면 그 결과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우선 열린우리당의 저지로 표결이 무산되면 여야관계는 총선 이후까지 정상화하기 어려워진다. 표결이 성립돼도 그 이후 정국의 혼란은 불을 보듯 뻔하다. 盧대통령과 야당은 나라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해 마지막 한발을 딛기 전에 신중히 생각하고 대승적 결단을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