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소나무 화가 김경인 개인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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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화가 김경인(63.인하대 예술학부 교수)씨는 지난 10년동안 소나무를 찾아 전국을 헤맸다. 그가 소나무 답사에 들이는 품과 열정을 아는 이들은 그를 '소나무 박사'라 부른다. 왜 소나무, 아니 그가 부르는 말 그대로 '소낭구'일까. "소나무에 우리 민족의 얼과 한이 서려 있기 때문"이다.

오는 17일부터 30일까지 서울 관훈동 학고재에서 열리는 '김경인 개인전'에 가면 한 화가의 영혼을 사로잡은 '소낭구'들을 만날 수 있다.

막걸리 한 사발에 어깨춤이 나오던 고향동네 어른 얼굴이, 멋들어지게 휘어진 처마자락이 김씨가 그린 소나무들 속에서 살아나온다.

소나무를 찾아 충남 당진 아미산 중턱으로 들어간 그는 "이러다가 내가 소나무에게 잡혀 먹는 게 아닌가 싶을 만큼 강한 기를 느낄 때가 있다"고 말했다. 소나무에 들려 산 그의 얼굴도 이제는 소나무를 닮아가는 듯 깔깔하고 텁텁하다.

소나무가 상징하는 성질을 뽑아내 그 고갱이만 표현하려는 화가의 욕망은 한층 난만한 선과 화려한 색채로 기를 내뿜는 소나무를 창조했다.

김경인씨는 군부독재 시절 우리 몸을 옥죄는 억압을 그림으로 깨뜨리는 작업으로 앞서 갔던 화가다. 'J씨의 토요일'은 남영동에 끌려가 고문받았던 문학평론가 정규웅씨의 실화를 다룬 작품이었다. '백설이 만건곤할 제 독야청청하리라'는 소나무에 매료된 화가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소나무에 대한 느낌이 쌓이고 농익어서 이제는 소나무가 나이고 내가 소나무"라는 그의 손은 이 땅과 민중의 에너지와 풍류를 찾아 부지런히 소나무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그 소나무가 사람들로 일어서 웅성거리는 듯 전시장에는 힘이 넘친다. 02-739-4937.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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