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의용군 행진곡' 정식 國歌로 지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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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납시다! 노예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들이여! 우리의 피와 살로, 새 장성(長城)을 쌓아갑시다!…일어납시다! 일어납시다!…"

중국 땅에서, 그리고 올림픽 등 국제 운동경기장에서 수도 없이 울렸던 이와 같은 가사의 중국 임시 국가(國歌)인 '의용군 행진곡'이 건국 55년 만에 정식으로 국가가 된다. 14일 폐막하는 제10기 2차 전체회의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에서 정식으로 헌법에 국가로 규정되는 것이다.

1930년대 항일(抗日) 의용군들을 위해 만들어진 이 노래는 49년 중국을 석권한 중국 공산당에 의해 임시 국가로 지정됐다. 중국 국민에게 크게 공명을 일으킨 점을 감안해서다. 하지만 가사에 등장하는 '노예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들이여' '중화민족이 가장 위험에 다다른 이때''적의 포화 앞으로 나아갑시다'라는 표현 등이 희망을 이야기해야 할 새 중국의 상황에 다소 맞지 않는다는 지적을 줄곧 받아왔다.

급기야 마오쩌둥(毛澤東) 사망 후 등장한 화궈펑(華國鋒)은 78년 전인대를 통해 본격적인 개사 작업을 벌여 '일어납시다'는 '전진합시다'로 고치고, '노예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들'은 '각 민족의 영웅인 인민들' 등으로 임시 국가의 가사를 고쳤다.

그럼에도 중국 사람들은 이 개정된 가사를 외면했다. 중국의 국가가 울려퍼지는 현장에서 수많은 중국인은 오히려 '일어납시다!'를 따라 불렀지 새 가사는 거들떠보지 않았다.

원래의 가사가 비록 시대에 부합하지 않을지 몰라도 고난을 딛고 선 중국인들의 감정을 가장 잘 표현했다는 얘기다. 결국 밑바닥 민심을 중시하는 후진타오(胡錦濤) 등 제4세대 지도부는 뒤늦게 임시 국가에 공식 국가의 지위를 부여하기로 했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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