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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정부의 청각장애症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최근의 몇몇 사회문제는 우리 정부가 「청각장애증」에 걸린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낳게 하고있다.
우선 中央日報가 지난달 30일부터 시리즈로 심층보도한 진단서의 구조적 문제점만 봐도 그렇다.취재결과 진단서 특히 형사사건과 관련된 상해진단서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극에 달해있었다.
진단서 시리즈가 게재되는 동안 중앙일보 편집국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시민들의 전화가 몰려왔다.『폭행은 내가 당했는데 손한번 대지 않은 상대방이 재주도 좋게 상해진단서를 받아내나를 가해자로 만들었다』『병원에 적절히 손을 쓰 면 전치 1~3주는 고무줄처럼 왔다갔다 하는데 형사처벌의 근거로 삼을 수 있느냐』는등 한맺힌 전화가 대부분이었다.그러나 이 수많은 목소리들이 왜 진단서 관리를 맡고 있는 보건복지부나 형사정책 당국(검찰.경찰)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는 지 이해되지 않는다.
취재결과 일부 경찰관들은 특정 병원에 의뢰해준 진단서 한건당얼마씩 받는 비리까지 저지르고 있었음에도 검.경 간부들에게는 이 소리가 들리지 않은 것이다.
이 청각장애증으로 인해 보건복지부의 진단서 관리행정에는 큰 구멍이 뚫려있었다.진단서 발급기준등 관리규정 자체가 없었고 의료감시를 위한 「의료관리업무편람」에도 허위진단서 단속항목이 아예 없는 실정이다.
관청이 일일이 감시할 수 없는 사안이라면 대한의사협회에라도 지침과 감시기구를 두게 해야 마땅했으나 역시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검.경 역시 외국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등 이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부터 없었다.
최근 각 중.고교 교실에 번지고 있는 풍진 전염병도 보건당국의 청각장애증 탓으로 나타나고 있다.의료계는 몇년전부터 15세전후가 되면 풍진 예방 재접종이 필요하다고 얘기해 왔으나 복지부는 흘려듣고 말았다.복지부는 지난해에야 여고1 년생에 대해서만 재접종을 했고 결국 이번에 남학생들이 여지없이 풍진에 노출돼 버렸다.
정부 각 부처는 최근 PC통신을 통해 여론수렴과 행정서비스를한다는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그러나 정작 필요한 것은 저절로 들려오는 백성들의 「소리」에 귀를 막지 않는 일이다.
金 日〈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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