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249 - 맨 처음/맨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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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방 안에 웅크리고 있던 사람들이 산으로, 공원으로 몰려든다. 운동의 계절이 됐다. 등산.조깅 등 봄철 운동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그러나 운동에는 항상 위험이 따른다. 따라서 운동을 시작하려는 사람은 '맨처음' 위험 요인을 파악하고 자신에게 맞는 운동과 강도, 운동 시간과 환경을 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침.저녁과 한낮의 기온 변화가 심한 봄철에는 특히 운동을 하기 전에 준비운동 시간을 늘려 경직된 몸을 풀어줘야 한다. 이때는 '맨손'체조나 스트레칭 정도가 적당하다."

위 글에 나오는 '맨처음'은 띄어쓰기를 잘못한 경우고, '맨손'은 바르게 쓴 것이다. 둘 다 '맨-'으로 시작하는데 왜 띄어쓰기는 달리할까 궁금할 것이다.

'맨'이 일부 명사 앞에 붙어 '다른 것이 없는'의 뜻(맨손, 맨몸, 맨입, 맨밥, 맨바닥, 맨눈, 맨다리, 맨땅, 맨발, 맨주먹 등)일 때는 접두사다. 접두사는 홀로 단어가 될 수 없으므로 단어 앞에 붙여 써야 한다.

반면 '맨'이 '더 할 수 없을 정도나 경지에 있음'을 나타낼 때(맨 꼭대기, 맨 먼저, 맨 처음, 맨 끝, 맨 앞, 맨 위, 맨 구석 자리, 맨 가장자리)는 관형사이고, '다른 것은 섞이지 아니하고 온통'(아이는 맨 흙투성이로 집에 들어왔다)의 뜻일 때는 부사이므로 뒤 단어와 띄어 써야 한다.

간단히 말해 '맨'이 '아무 것도 없이 비어 있다'는 뜻일 때는 붙여 쓰고, '제일(第一)'이나 '온통'으로 바꿀 수 있으면 띄어 쓴다고 생각하면 쉽다.

한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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