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택시王 MK 兪회장 일선 떠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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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일본의 「택시왕」 유봉식(兪奉植.67.MK그룹 회장)씨가 오는 20일 경영일선에서 은퇴한다.
『더 젊은 사람들이 경영을 맡아야 한다.그리고 회장의 개인상점같은 경영체질을 버림으로써 기업의 사회성을 한층 높였으면 한다.』 兪회장이 2일 자신의 퇴임을 발표하면서 한 말에 일본 재계는 『역시 MK』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MK그룹의 모든 직책에서 손을 떼는 兪회장 후임으로는 그룹 계열사인 MK석유의 마에카와 야스쿠니(前川靖國.60)사장이 취임할 예정.
兪회장은 1928년 경남 김해에서 태어나 15세때 일본으로 건너갔다.51년 오사카(大阪)의 명문 리쓰메이칸(立命館)대학을중퇴한 뒤 56년 부도난 주유소를 인수하면서 자기 사업을 시작했다. 석유가 귀하던 시절 다른 주유소가 저녁 일찍 문을 닫는등 「배짱 튀기는」 장사를 할 때 兪씨만은 아무리 먼 곳이라도,아무리 밤늦은 시간이라도 꼬박꼬박 배달을 해줌으로써 신용을 쌓아나갔다.일에 몰두하다가 자신의 결혼식(59년)에 한시간이나지각했을 정도였다.그는 훗날 『고향(김해)에서 여관업을 하던 어머니가 손님에게는 싱싱한 생선을 내놓고 우리 가족에게는 물간생선을 먹게 하던 데서 고객위주의 서비스정신을 배웠다』고 술회한 적이 있다.
60년 택시사업에 뛰어들어서도 그의 손님위주 정신은 변함없었다.특히 『운전기사가 인사를 하지 않으면 택시요금을 내지 않아도 됩니다』라며 친절캠페인을 벌여 택시의 서비스혁명을 주도한 점과 그때까지 요금을 담합하던 관행을 깨고 일본 택시업계 최초로 요금인하를 단행,법정투쟁까지 간 끝에 승소한 일은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져 있다.현재 근무환경이나 수입면에서 대기업 못지않은 MK택시에는 명문대를 졸업한 고학력기사가 수두룩하다.
[東京=盧在賢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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