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침에>섬유대국의 체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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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매년 봄.가을이면 파리의 거리가 세계각국에서 온 바이어로 출렁인다. 그 유명한 루브르박물관의 중간 마당에 위치한 피라미드모양의 유리 구조물 아래에는 유명한 디자이너들이 만든 옷을 첫눈에 매료될 듯한 슈퍼모델들이 입고 선보인다.
열기 가득한 프레타포르테 패션쇼장에는 수백명의 세계 각국 사진기자들과 패션유통을 한손에 쥔 백화점 대표등 바이어,그리고 유명영화배우들이 진을 친다.
그러나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이브생 로랑같은 거장의 패션쇼장에는 반드시 프랑스의 현직 대통령 부인이 배석한다는 사실이다.이같은 사실은 유럽의 패션메카로 통하는 파리가 패션대국으로서의 선두 자리를 고수하기 위해 국가적인 차원에서 최대한 배려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또 한가지 우리가 눈여겨 보아야할 것은프레타포르테에 앞서 열리는 섬유소재전시회인 프리미에비종의 규모다. 파리 근교 베르사유 고속도로옆의 허허벌판을 개발해 만든 대규모 컨벤션센터에서 패션에 관련된 전시회및 섬유대전이 열리는것이다. 프리미에비종에는 매년 전세계 패션관계자들이 10만명 이상 모인다.우리나라에서만도 수백명이 이 잔치를 보러간다.프리미에비종 시즌이 되면 국내 항공사들의 프랑스 노선이 황금대목을맞는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이같은 결과가 저 절로 얻어진 것은 물론 아니다.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프랑스 외교망및 상무관실을 통해 철저히 사전조사를 한 다음 그 나라 섬유관련회사및 관계자들의 리스트와 연락처를 확보한다.
전시회전에 미리 DM(편지)발송,집요한 전화 탐방,섬유관계잡지를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한다.도저히 안 가볼 수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섬유대국이라 자처하면서 왜 이같은 대형 섬유전시회를 열수 없는가.이제라도 프랑스 프리미에비종의 자문을 받는 용역회사를 과감히 초청,도움말을 구하며 세계에 흩어져 있는 한국의 젊은 패션학도들을 집결시킨다면 불가능한 얘기 도 아니다.
이를 진지하게 고려해 볼 때가 된 것 같다.
〈㈜성주인터내셔날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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