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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외국인 애환그려-MBC"이땅의 이방인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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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세계화하면 물건너 밖을 생각하는 게 우리들.
그러나 우리 땅 안에 살고 있는 수많은 외국인들과의 관계 또한 주요한 세계화의 요소가 아닐 수 없다.
MBC가 1,2일 이틀간에 걸쳐 방영할 특집다큐 『이 땅의 이방인들』(밤8시)은 그간 「세계화」의 그늘에 가려 관심 밖이었던 한국의 외국인들을 집중 조명해본다.
그들의 애환과 한국사회에서의 제도적 장애를 이해하고 진정한 안과 밖의 세계화를 이뤄보자는 게 이 프로의 의미.
1부 「한국인 되기」에서는 지난해 12월 귀화시험에서 만점을받아 관심을 끈 새 한국인 유게리씨의 인생을 돌아본다.
「애국가 4절 가사를 써보라」는 등 한국인도 간단치 않은 시험에서 만점을 받은 유게리(56.미국명 게리 렉터)씨는 28년간 한국에서 생활해왔다.
평화봉사단원으로 와 농촌에서 농악을 구경한 것이 한국에 계속머무르게 된 계기다.
소고춤.장구춤등 전통예술에 유별난 애정을 가진 그는 재작년 부모님이 돌아가시자 「썰렁한 미국에 돌아가기보다 한국인이 되기」를 택한 경우다.
특히 이웃 강영희씨 가족과의 20여년에 걸친 이색우정은 「문화와 인간애를 통한 진짜 이웃」의 중요함을 일러준다.
충북청주에 사는 오춘수씨의 부인은 인도네시아인 치아 세메일라(35.한국명 김지아).오씨는 대우의 말레이시아 건설현장에서 그녀를 만나 7년전 한국에 함께 왔다.
이슬람교도인 부인을 자신의 종교인 가톨릭으로 개종시키겠다는 당초의 계획과는 달리 그녀를 따라 이슬람교로 개종한 이 부부의이색 삶을 살펴본다.
특히 오씨부부가 7세 아들과 함께 오후8시가 되면 기도의식을갖는 모습은 이방인들에게 그들의 종교가 주는 「위무의 기능」을이해하게 해준다.
라마단(금식)축제를 맞아 서울 이태원동의 성원(聖院)을 찾은오씨가족이 또다른 무슬림 이방인들과 나누는 얘기는 무슬림과 성원이 우리사회에서 갖고있던 윤활유 역할을 생각하게 한다.
2부 「한국인을 넘어서」중 귀화시험현장 스케치는 우리사회 이방인들의 고충을 충분히 느끼게 해준다.
중국어는 한마디도 못하는 화교2세들이 『취직하기 위해 귀화한다』고 할 정도로 우리사회의 제도적 장애를 호소한다.
20여년 택시운전을 했지만 귀화시험에 떨어져 개인면허를 못받는다는 화교,의료보험 혜택이 없음을 하소연하는 이방인들….
KBS『딸부잣집』의 이한우씨는 지난 84년 귀화했지만 『계속이방인 대접을 받는 게 싫어 한국인임을 알리기 위해 TV출연을결심했다』고 고백한다.
좋은 이웃의 이미지를 간직하기 위해 CF도 「자상한 아버지」등 조심스레 가려서 출연한다는 게 그의 얘기.
작가 송명주씨는 『우리사회의 이방인들은 한국인 개인보다 외국인에 극도로 폐쇄적인 제도와 문화를 문제점으로 꼽는다』며 『이들은 보다 따스한 관심을 갈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명규PD는 『세계인이 함께 살고 있는 우리사회에서 이들과 어떻게 더불어 살아가야 할지 반성해볼 시점』이라며 『밖에서의 성공적 세계화는 안에서 진정한 세계시민정신을 갖출 때 가능하다』고 기획의도를 밝힌다.
MBC는 심야시간대나 편성되던 다큐물을 황금시간대인 오후8시에 전격 편성했다.
崔 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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