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 화약고 지나니 강남 지뢰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영남권의 대거 물갈이 공천이 이뤄진 한나라당 공천 심사의 대미는 서울 강남벨트(강남-서초-송파)가 장식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화약고’인 영남 지역의 심사를 마친 공천심사위는 이틀간 회의를 쉰 뒤 일요일인 16일 서울 강남벨트와 강원·충청 등 남은 지역에 대한 공천을 마무리 짓기로 했다.

이방호 사무총장도 “영남은 한나라당 텃밭이니까 하루에 끝냈고, 서울은 2~3일 시간을 두고 할 계획”이라며 “전략적으로 저쪽(통합민주당)을 보면서 여유를 두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간이 늦어지더라도 민주당이 어떤 인물을 강남에 배치하느냐에 따라 한나라당도 맞대응하겠다는 의미다.

한나라당이 이처럼 강남 지역 공천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이 지역이 영남 못잖은 강세 지역이어서 ‘물갈이’의 상징적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탄핵 역풍이 불던 17대 총선에서도 강남 갑·을, 서초 갑·을, 송파 갑·을·병 7곳 중 송파병을 제외한 6곳에서 승리를 거뒀다. 당시에도 강남 벨트엔 큰 폭의 물갈이가 이뤄졌다. 재공천을 받은 이는 서초을의 김덕룡 의원이 유일했다. 당시 최병렬 대표도 강남갑 공천에서 미끄러졌다.

가장 주목 받는 곳은 서초구의 두 지역구다. ‘6인회의’ 멤버였던 김덕룡(서초을) 의원과 박근혜 전 대표의 핵심 측근인 이혜훈(서초갑) 의원의 공천은 강남뿐 아니라 한나라당 공천 전체의 최대 관심사다.

김 의원의 경우 지난 지방선거 당시 부인의 공천 헌금 수수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개혁 공천의 표본으로 김 의원을 물갈이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그러나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김 의원은 민주계의 맏형이자 당내에 몇 안 되는 호남 인맥의 대부다. 게다가 경선 당시 그의 지지 선언이 이명박 대통령의 승리에 큰 공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래서 김 의원에게 공천 대신 주중국 대사를 제의했다는 얘기까지 있다.

가장 주목을 받게 된 인물은 이혜훈 의원이다. 이 의원은 지난해 경선 당시 박 전 대표 캠프의 대변인을 맡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천에 큰 무리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얼마 전 갑작스레 “네거티브 선거전에 개입된 이들에게 공천을 줘선 안 된다”는 얘기가 돌면서 입지가 흔들렸다. 박 전 대표가 12일 기자회견에서 “공천에 기준이 없다. BBK를 얘기한 사람은 이번에 안 준다니 말이 되느냐”고 한 것도 이 의원을 보호하기 위함이란 해석이다. 박 전 대표 측은 “BBK 문제만으로 공천을 안 준다면 정치보복”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친박계의 좌장이었던 김무성 의원이 공천에 탈락하면서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박 전 대표의 최전방 공격수였던 이혜훈 의원의 거취에 따라 박 전 대표 진영의 대응 분위기가 결정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가영 기자

[J-Hot] 스프링 뒤집었을 뿐인데…로열티만 2억여원

[J-Hot] '제주 참치' 또 대박…미식가들 "어디가면 맛볼 수 있냐"

[J-Hot] 김무성 "박근혜 죽이기" 박희태 "기절초풍할 일"

[J-Hot] '수원 암매장' 부근서 女실종 5건, 혹시…

[J-Hot] '헉, 집세 대신 몸을' 프랑스서 신종 성매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