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특허기술상>5월賞-표준과학硏 연구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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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중앙특허기술상 5월상으로 선정된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플라스마를 이용한 풀러렌()의 제조장치 및 방법」은 92년 개발 당시 외국에서 먼저 엄청난 관심을 보였던 기술이다.
「풀러렌(Fullerene)」이란 물질의 개념자체도 모를듯해보이는 나라에서 선진국이 간신히 찾아낸 최초 개발방법보다 훨씬뛰어나고 효과가 높은 또다른 제조방법을 불과 수개월만에 찾아냈기 때문이었다.
풀러렌은 탄소원자 60개로 이뤄진 화합물로 20세기초반 우주공간에서 존재하는 것이 확인되면서 지구상에서도 이를 만들기 위한 연구가 계속되다 90년 독일 막스플랑크(Max Plank)연구소가 흑연봉에 전기를 가해 불꽃을 내는 방식으 로 풀러렌의합성.추출에 성공하게 됐었다.
풀러렌이 이처럼 세계 학계 연구의 초점이 됐던 것은 자연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5각형의 고리를 갖고 있어 다른 물질들과 결합시킬 경우 전혀 색다른 특성과 기능을 가진 유기화합물을 만들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풀러렌의 제조방법 개발에 나선 것은 91년말.당시 첨단 세라믹 신소재를 개발하기 위해 엄청난 비용을 들여 국내 최대의 고온.고압 플라스마기계의 설치를 끝낸 직후였다. 점심시간 도중 풀러렌을 화제로 이야기를 나누던 몇몇 연구진들이 『플라스마를 이용하면 더 효율적으로 풀러렌을 만들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내면서부터였다.
당시 이 자리에 모였던 사람들은 운좋게도 풀러렌을 이용한 전지개발에 관심이 있던 강홍렬(姜洪烈)박사,미국에서 풀러렌연구를해봤던 소헌영(蘇憲永)박사,플라스마기계의 운영을 맡았던 조양구(趙陽九)박사등 재료.화학.물리.화공분야의 전문 가 7명이었다.지시한 사람도 없고 돈을 대주는 사람도 없는 그야말로 「쓸데없는 일」이었지만 의기투합한 이들 과학자는 자신들이 각각 맡은업무가 끝나는 저녁때마다 서로 모여 토론도 하고 엄청난 전기값탓에 눈치를 받으면서도 플라스마를 가동시키기도 하며 개발작업을진행했던 것이다.『어느날 오후10시쯤 최종분석을 맡았던 허귀석(許貴錫)박사가 모두를 소집하길래 순간 「성공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풀러렌이 녹아있는 용액을 보는 순간 어찌나 기뻤던지 그 독약을 마 시고 싶은 충동까지 들었습니다』라며 趙박사는 당시를 회상했다.
趙박사는 『개발이 성공한 이후 우리와 같은 플라스마기계를 갖고 있던 일본이 이를 풀러렌실험에 응용,먼저 특허출원을 할까봐가장 조마조마했었다』고 말했다.
李孝浚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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