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변화하는의식>20代 新인간이렇게 생각한다-부정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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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전통적 가치관과 결혼제도를 거부하는「20대 新인간 등장」,그리고 그 반란의 주도세력이 20대 여성이라는 中央日報의 특집기사를 보고 나는 마치 10여년전 미국에서 연일 떠들어댔던 신문보도를 다시 대하는 것 같아 마음이 착잡했다.
80년대초 구세대 미국언론은 당시 20~30대였던 베이비붐 세대의 의식구조에 놀라움을 표시하며 이들의 탈선적인 행태를 계속 비판했다.
오늘날 20대는 미국에서「X세대」로 불린다.
한국과 미국의 20대는 의식과 행동면에서 비슷한 점이 많다.
우선 자기중심적이고 돌출적이면서 개성을 중시한다.
그러나 미국의 X세대는 자라온 환경이 한국의 20대와 다르다.前세대에서 4조달러의 빚을 물려받고 2차대전후 취업률과 봉급수준이 가장 낮은 시대의 미국 X세대는 절반이상이 매주 평균 15시간 이상을 아르바이트해야 하는 힘든 청소년기 를 겪었다.
더구나 부모가 이혼했거나 아니면 부모로부터 학대를 받거나 버림받은 경우가 허다하다.
결국 이들은 정서적으로 상처받은 영혼들이고 결혼 자체에 회의적이며 기존 결혼제도의 파괴와 개혁을 원하고 있다.
그러나 히피문화를 만들고 성해방을 주장했던 미국의 베이비붐 세대(40대)들은 요즘엔 다시 전통적 가정제도와 결혼관을 동생이나 자녀들에게 주지시키고 있다.
또 자신들의 의식개혁혁명이 실패했음을 자인하고 반항적인 X세대를 설득하면서 깨져버린 가정과 사회를 봉합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상황은 다르지만 한국의 신세대는 미국의 X세대에 비해 의식혁명에 대한 동기와 뿌리가 약하다.
그런데도 가치관과 생활제도면에서 서구식 사고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고 기성세대는 20대의 반란(?)에 수수방관하고 있다. 혹시 29세 이하의 인구비율이 56%라는 통계에 지레 겁먹은 기성세대의 체념일까.아니면 접대와 요정문화에 젖은 기성세대의 쥐꼬리만한 양심이 상황윤리에 기대어 그들을 수용해주는 것으로 해석해야 할까.
만일 한국의 X세대와 기성세대가 모두 이번「20대 의식구조」조사결과를 두고「생각」의 표현일뿐「행동」은 아니라고 스스로 변명하거나 자위한다면 모두들 10여년 후엔 뼈아픈 후회를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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