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경찰서 관계자는 12일 “김씨의 식당종업원에게 김씨의 차를 주차하고 사라진 남자가 찍힌 주차장 CCTV를 보여주자 ‘이호성’이라고 바로 답했다”고 말했다.
CCTV에 찍힌 두 남자의 모습이 달랐던 것은 촬영각도 등에 따른 것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하지만 경찰은 공범 여부에 대해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수사 관계자는 “이씨가 범행 이후 20여 일간 전국을 돌며 도피행각을 했고 가로챈 1억7000만원 중 7000만원의 사용처가 밝혀지지 않아 공범이 있는지 계속 알아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 수사 결과 이호성씨는 네 모녀 매장 6일 뒤인 지난달 25일 전남 화순의 공동묘지를 찾아가 시신이 잘 묻혀 있나 확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이씨가 김씨와 두 딸(둘째 진아, 셋째 해아)을 살해한 추정 시간은 지난달 18일 오후 9시 이전인 것으로 분석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가방을 들고 김씨의 아파트로 처음 들어가 나오기까지 걸린 6분 동안 세 모녀를 살해하고 시신 처리까지 꼼꼼히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씨의 복잡한 여성 편력도 드러났다. 이씨는 김씨와 사귀고 있던 지난해 8월 한 나이트클럽에서 한 살 어린 차모씨를 만나 교제해 왔다. 12월부터는 차씨 집에서 함께 살기 시작했다. 이씨는 한강으로 투신하기 직전인 9일 밤 차씨와 성수대교 인근 한강공원에서 소주 두 병을 마신 뒤 “헤어지자, 사랑했다, 잘살아라”는 말을 남기고 혼자 성수대교로 올라갔다고 한다.
경찰의 초기 조사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26일 경찰관 두 명이 김씨의 둘째 오빠와 함께 김씨 집을 둘러봤지만 그냥 돌아갔기 때문이다. 김씨의 오빠는 “지난달 26일 서강지구대의 경찰관 두 명과 함께 동생의 아파트에 갔다”며 “경찰관이 20~30분 정도 둘러본 뒤 ‘가족이 놀러 간 것 같다’고 말한 뒤 돌아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마포경찰서 관계자는 “당시 경찰관들은 열쇠공을 불러 문을 열려는 오빠들의 요청에 따라 입회했을 뿐”이라며 “방을 둘러본 오빠들이 ‘여행 간 것 같다’고 말했고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해 돌아왔다”고 해명했다.
한은화·임주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