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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단독범행” … 실종 후 김씨 집 부실 조사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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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서울 창전동 네 모녀 피살사건은 이호성(41·사진)씨의 단독 범행으로 잠정 결론이 내려졌다. 피살된 김연숙(45)씨 아파트 CCTV(폐쇄회로TV)의 분석과 김씨의 차량에서 나온 지문 조회를 통해서다.

서울 마포경찰서 관계자는 12일 “김씨의 식당종업원에게 김씨의 차를 주차하고 사라진 남자가 찍힌 주차장 CCTV를 보여주자 ‘이호성’이라고 바로 답했다”고 말했다.

CCTV에 찍힌 두 남자의 모습이 달랐던 것은 촬영각도 등에 따른 것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하지만 경찰은 공범 여부에 대해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수사 관계자는 “이씨가 범행 이후 20여 일간 전국을 돌며 도피행각을 했고 가로챈 1억7000만원 중 7000만원의 사용처가 밝혀지지 않아 공범이 있는지 계속 알아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 수사 결과 이호성씨는 네 모녀 매장 6일 뒤인 지난달 25일 전남 화순의 공동묘지를 찾아가 시신이 잘 묻혀 있나 확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이씨가 김씨와 두 딸(둘째 진아, 셋째 해아)을 살해한 추정 시간은 지난달 18일 오후 9시 이전인 것으로 분석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가방을 들고 김씨의 아파트로 처음 들어가 나오기까지 걸린 6분 동안 세 모녀를 살해하고 시신 처리까지 꼼꼼히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씨의 복잡한 여성 편력도 드러났다. 이씨는 김씨와 사귀고 있던 지난해 8월 한 나이트클럽에서 한 살 어린 차모씨를 만나 교제해 왔다. 12월부터는 차씨 집에서 함께 살기 시작했다. 이씨는 한강으로 투신하기 직전인 9일 밤 차씨와 성수대교 인근 한강공원에서 소주 두 병을 마신 뒤 “헤어지자, 사랑했다, 잘살아라”는 말을 남기고 혼자 성수대교로 올라갔다고 한다.

경찰의 초기 조사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26일 경찰관 두 명이 김씨의 둘째 오빠와 함께 김씨 집을 둘러봤지만 그냥 돌아갔기 때문이다. 김씨의 오빠는 “지난달 26일 서강지구대의 경찰관 두 명과 함께 동생의 아파트에 갔다”며 “경찰관이 20~30분 정도 둘러본 뒤 ‘가족이 놀러 간 것 같다’고 말한 뒤 돌아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마포경찰서 관계자는 “당시 경찰관들은 열쇠공을 불러 문을 열려는 오빠들의 요청에 따라 입회했을 뿐”이라며 “방을 둘러본 오빠들이 ‘여행 간 것 같다’고 말했고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해 돌아왔다”고 해명했다.

한은화·임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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