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매일 행복 원리 위해 부처님은 세속 행복 등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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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선(禪)을 공부하는 이유가 뭔가요?”

대혜 선사 유적지 순례단을 향해 고우(사진) 스님이 달리는 버스 안에서 물음을 던졌다. 다들 고개를 쭉 내밀었다. 스님은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라고 자답했다. ‘행복’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했다. “하나는 세속의 행복이고, 또 하나는 부처의 행복이죠.”

또 두 ‘행복’은 향하는 곳이 서로 다르다고 했다. “세속의 행복은 밖을 향하죠. 밖에 있는 걸 충족시킬 때 비로소 행복해지는 겁니다.” 반면 ‘부처의 행복’은 안을 향한다고 했다. “부처님은 ‘세속의 행복’에 만족하지 않으셨죠. 행복이 뭔가요. 운문 스님이 말한 ‘날마다 좋은 날’이죠. 밖을 향하는 세속의 행복은 ‘날마다 좋은 날’이 되질 못합니다. 밖에서 얻은 게 채워질 때만 행복한 날이니까요.”

스님은 석가모니 부처님이 ‘세속의 행복’을 등졌다고 했다. 부도, 명예도, 왕자의 지위도 버렸다고 했다. “부처님은 매일매일 행복해질 수 있는 원리를 찾아간 겁니다. 그 원리는 지금에도 유효합니다. 중국에서도 숱한 선사들이 그런 행복의 원리를 찾아 나섰고, 또 그런 삶을 살았습니다.”

스님이 중국을 찾은 이유를 다시 한번 일깨웠다. “여러분이 이 먼 중국 땅까지 찾아온 건 무엇 때문인가요. 부처님이 발견한 세계가 도대체 어떤 세계인지 궁금하기 때문이죠. 그 세계를 살다간 조사들의 흔적을 느껴보기 위함이 아닙니까.”

목숨을 걸고 수행을 했던 역대 조사들의 ‘자리’에 들기란 쉽진 않다. 스님도 그 험난함도 인정했다. “깨치기가 쉬운 일은 아니죠. 그러나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아요. ‘행복의 원리’를 이해만 해도 일상이 바뀝니다. 나를 해치는 일도, 남을 해치는 일도 하지 않게 되죠.”

스님은 팔만대장경이 바로 부처님의 깨침이라고 했다. 하지만 현대인은 바쁘다. 그걸 모두 공부하긴 쉽지 않다. 그래서 팔만대장경을 압축하고, 압축하고, 압축하면 한 글자가 된다고 했다. 바로 ‘반야심경’에 나오는 ‘오온개공’의 ‘공(空)’자라고 했다. “불교의 ‘공’을 절대 오해하면 안 됩니다. ‘공’은 아무것도 없고, 허망하고, 허무한 게 아닙니다. ‘공’은 우리가 보고, 듣고, 생각하는 걸 굉장히 지혜롭게 만듭니다. 그걸 ‘마하반야(큰 지혜)’라고 합니다. 마하반야로 살면 ‘날마다 좋은 날’이 되는 겁니다.”

스님은 ‘공’을 이해하면 공동체 의식이 온우주로 확장된다고 했다. “생명 있는 것과 생명 없는 것, 이 모든 우주가 나와 둘이 아님을 알게 되죠. 큰 공동체를 알게 되면 ‘매일 매일 좋은 날’이 안될 수가 없죠. 지구상에는 하루도 전쟁이 그칠 날이 없습니다. 환경문제도 갈수록 심각해지죠. 이 모든 문제에 대한 대안이 ‘선(禪)’입니다.”

항저우=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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