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함께>김원 "기구한 인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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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청나라의 마지막 황제 푸이(溥儀)를 교화시킨 중국의 푸순(撫順)전범관리소 소장 김원(金源.73)씨가 파란만장했던 인생역정을 담은 회고록 『기구한 인연』(한울刊)을 내놓아 화제다.
金씨는 경북 봉화 태생으로 일곱살때 가족과 함께 만주로 이주한 이후 중국에 정착,중앙부처 국장.대학 학장등을 역임했던 인물. 이번에 나온 金씨의 회고록은 출생에서 현재까지 金씨의 일대기를 담고 있는데 특히 전범관리소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에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金씨가 전범관리소와 인연을 맺은 것은 국민당-공산당내전이 끝난 직후인 50년.당시 팔로군 소속이던 金씨는 이곳에 배치돼 교양원.부소장.소장등을 거치며 25년간 전범들과 함께 생활했다. 이 과정에서 金씨가 교화시킨 인물들은 양민을 총검술 연습용으로 삼은 일본군에서부터 마지막 황제 푸이까지 다양하다.金씨는그 중에서도 푸이를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로 꼽는다.
『푸이는 세살에 황제가 돼 왕실의 향락세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었습니다.성격이나 생활습관이 유별난 인물이었지요.
그러나 푸이도 나중에는 사고방식과 생활습관을 완전히 고쳤습니다. 뿐만 아니라 말년에는 중국 최고 권력기구인 전국인민대표 대회의 일원이 되어 나라의 정사에 참여하기도 했습니다.푸이의 변신은 기적 같았습니다.』 金씨는 마지막 일본 전범 세 사람이석방된 이후 모범적 교화로 국내외 언론의 조명을 받는 것과 함께 국가로부터도 모범소장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불과 2년 뒤인 문화대혁명의 회오리에 휘말려 갖은 수난을 겪게 된다.이때 푸이는 병중에「문혁파」에 맞서 『김원 소장은 모범 간부』라며 金씨를 변호하고 나섰다.
金씨와 푸이의 관계는 영화 『마지막 황제』에도 등장한다.이 영화에서 金씨의 역을 맡은 사람은 중국의 정부관리며 金씨 자신은 다른 역의 엑스트라로 출연했다.
푸이가 특별사면으로 석방되는 장면에서 단상에서 푸이를 호출해맨 먼저 악수한 사람이 실제 인물 金씨다.
金씨의 교화를 거쳐 석방된 일본 전범들중 생존자는 7백여명 가량.지금은 칠.팔순의 노인이 된 이들은 일본에서 「귀환자연락회」를 구성하고 평화사업과 양국간의 친선을 위한 일을 하고 있으며 88년에는 푸순전범관리소 정원에 사죄비를 세 우기도 했다. 金씨는 『76년 일본을 처음 방문했을때 전범이던 사람들이 맹렬한 평화주의자가 돼 있는 것을 보고 가장 큰 삶의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南再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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