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고속버스터미널 13일째 '파행 운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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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고속버스터미널이 건물 관리회사와 터미널 운영업체의 마찰로 파행 운영되고 있다. 건물 관리회사가 밀린 관리비를 내놓으라며 지난달 26일부터 터미널 내 전기 및 수돗물 공급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화장실은 폐쇄됐으며 불도 들어오지 않는다. 군데군데 비상발전기에 의한 희미한 조명이 켜져 있을 뿐이다. 통신선도 끊겨 '전국 승차권 전산망'도 가동되지 않는다. 전화와 인터넷을 통한 예약이 불가능해져서 직원들이 수기(手記)로 표를 팔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하루 평균 1000여명에 달하는 고속터미널 이용객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발단=분당 고속버스터미널은 2001년 3월 지하 4층, 지상 7층에 연면적 6만2246평 규모의 현대적 시설을 갖추고 준공됐다.

당초 성남시는 1993년 구도심에 설립한 시외.고속버스터미널을 분당터미널로 통합 이전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2001년 4월 고속버스터미널만 우선 이전하고 ㈜삼화D&C에 사업면허를 내줬다. 터미널 건물이 소유권 분쟁에 휘말려 있는 데다 환기시설 등이 미비하기 때문이었다.

현재 삼화는 오전 5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대구.광주.부산 등 전국 6개 노선을 운행 중이다.

문제는 삼화가 입주 이후 지금까지 건물 관리회사인 한국부동산신탁(한부신) 측에 관리비를 전혀 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체납액은 4억여원에 이른다.

그러자 한부신은 지난달 19일 터미널 내 전기 및 수돗물 공급을 한차례 중단한 데 이어 지난달 26일부터 전기 및 수돗물 공급을 끊었다.

한부신 측은 "수차례에 걸쳐 관리비 납부를 재촉했지만 삼화 측이 내지 못하겠다고 밝혔다. 그래서 전기 및 수돗물 공급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삼화 측은 "한부신과 소유권 분쟁 등 소송이 여러 건 진행되고 있고, 한부신 잘못으로 48억원의 세금까지 부과된 상황에서 관리비를 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입주 당시 '터미널 관리운영 협약'에서 관리비 문제는 한부신과 협의해 결정하기로 했을 뿐 뚜렷하게 얼마라고 명시하지 않았다"며 "발권수수료(5.5%)로 겨우 운영하는 상황에서 매달 1500만원의 관리비를 내면 적자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맞서고 있다.

양측의 팽팽한 대립으로 터미널 이용객들은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안정희(38.분당구 정자동)씨는 "대합실에 희미한 비상 조명등밖에 없어 안전에 위협을 느낀다"며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데 행정당국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성남시 입장=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으나 별다른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우선 시는 지난 9일 한부신 측에 전기 및 수돗물 공급을 재개하고 운영업체와 협의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삼화 측에는 "오는 7월 2일까지 관리비 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경우 터미널사업자 면허를 취소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시 관계자는 "시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 이른 시일 내 해결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한부신이 파산 상태로 법정관리를 받고있는 데다 삼화 측도 경영이 어려워 좀처럼 해결방안이 나오기 힘들 전망이다.

엄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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