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 후보에 표 몰아주자" 해외 거주 대만인 귀국 러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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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열흘 앞(3월 20일)으로 다가온 대만 대선에서 해외거주 대만인들의 표심이 양쪽으로 갈렸다.

우선 중국 대륙에서 장사하는 '타이상'(臺商.대만 기업인)들은 단연 국민.친민당 연합 후보인 롄잔(連戰) 국민당 주석을 지지한다. 반면 전 세계에 흩어져 살고 있는 '타이차오'(臺僑.대만 출신 화교)로 구성된 '천수이볜(陳水扁)후원회'는 민진당 陳총통 지지를 표명했다.

이들 두 세력은 단순히 지지만 표명한 것이 아니다. 직접 표를 몰아주려고 대만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다.

대만 연합보(聯合報)는 9일 "천수이볜후원회 소속 회원 2만5000명이 선거 사흘 전인 17일까지 대만에 입국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연합보는 "지난 대선(2000년) 때는 투표를 위해 귀국하는 후원회원이 2000여명에 불과했으나 이번에는 陳총통의 연임이 위협받고 있다고 판단해 귀국자 수가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대만은 대만 출신임을 증명해주는 서류(거주증명.출생증명 등)만 있으면 교포들에게도 투표권을 준다.

우리페이(吳澧培)후원회장은 "우리는 국민투표를 추진하는 대만 정부에 자긍심을 갖고 있다"며 "우리의 선택은 천수이볜"이라고 잘라 말했다.

타이상들도 결연한 표정이다. 이들은 陳총통이 재선될 경우 중국 내 사업이 한층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시보(中國時報)는 "롄잔의 표밭인 타이상 12만명이 귀국 준비를 끝냈다"고 보도했다.

국민당은 투표를 하기 위해 귀향하는 타이상과 그 가족들을 위해 항공권을 할인해주는 방안을 놓고 항공사들과 협상을 하고 있다.

국민당은 "'대만독립'을 공약으로 내건 陳총통의 재선은 중국을 자극해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드는 최악의 시나리오"라는 점을 적극 홍보해 이를 '롄잔 몰표'로 연결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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