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공기 나빠 …” 스타들 올림픽 보이콧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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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의 대기오염이 올림픽에서 수퍼스타들을 몰아내고 있다.

마라톤 세계기록(2시간4분26초) 보유자인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34·에티오피아·사진)는 11일 “베이징의 공기가 탁해 오는 8월 올림픽 마라톤에 출전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게브르셀라시에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과 2000년 시드니 올림픽 1만m에서 2회 연속 금메달을 땄고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이후 마라톤으로 전향, 지난해 베를린 마라톤에서 세계기록을 세우는 등 세계 최고의 마라토너다. 그는 “천식을 앓고 있는 몸 상태로 베이징에서 42.195㎞ 마라톤 풀코스를 뛰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앞서 2004 아테네 올림픽 여자 테니스 단식 금메달리스트이자 현 세계랭킹 1위인 쥐스틴 에냉(26·벨기에)도 최근 같은 이유로 베이징 올림픽 불참을 시사했다. 에냉도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다.

지난해 8월 베이징 마라톤 코스를 답사한 이봉주(38·삼성전자)도 “코스를 답사하면서 무더위와 공기 오염으로 걱정스러운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오인환 감독은 “참가는 하지만 경기가 임박해서 베이징에 들어가는 등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0월 열린 베이징 국제마라톤에서 참가 선수들은 “달리면서 도로에 쌓인 먼지가 공중으로 떠오르는 바람에 고생했고 먼지를 없애려 뿌린 물 때문에 미끄러워 위험했다”고 불평했다.

여자마라톤 세계기록 보유자인 폴라 래드클리프(35·영국)도 베이징의 스모그 때문에 대회 중 폐를 보호할 약을 복용할 계획이다.

세계에서 가장 공기가 나쁜 도시 상위 16개는 모두 중국에 있다. 베이징도 그중 하나다. 베이징 올림픽의 조직위는 지난해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으로부터 “대기오염 때문에 일부 종목이 연기될 수 있다”는 경고를 받은 후 수십조원을 들여 공기 청정작업을 하고 있다. 대회 기간 중 인근 공장을 폐쇄하고 자동차 2부제, 인공 강우 등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참가 예정 선수들은 성과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다. 미국 올림픽 팀의 운동 생리학자는 선수들에게 특수 마스크를 쓰라고 권고했으며 미국·호주의 일부 선수는 한국과 일본에 베이스캠프를 차릴 예정이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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