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248 - 강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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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서현이는 세 살이고요. 요즘 강짜가 심해졌어요. 무엇이든 '내 거'라는 소리만 하지요."

"물에 빠진 사람 건져 줬더니 내 보따리 내놓으라고 강짜 부리는 꼴이 아닌가."

위 예문은 실제 사용된 글을 인용한 것이다. 아무런 문제 없는 문장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강짜'라는 단어가 문제다.

부부나 연인 사이에서 한쪽이 또 다른 이성을 좋아할 경우에 그것을 지나치게 시기하는 것을 '강샘을 부린다'고 한다. 이 '강샘'과 동일한 뜻을 지닌 말이 '강짜'다. 따라서 '강짜'는 심하게 질투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위 두 예문은 모두 질투와는 관련이 없는 내용이다. 따라서 '강짜'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설사 질투와 관련된 내용일지라도 세 살짜리 어린애인 서현이에게는 '강짜'라는 말을 쓸 수 없다. 어른들의 애정과 관련된 낱말이기 때문이다. 위 예문은 "억지를 부린다"라든가 "떼를 쓴다" 등으로 고쳐야 제대로 뜻이 통한다.

다음은 '강짜'를 제대로 쓴 예다.

"몽둥이를 들어 메고 네 이놈 강도 놈. 좁은 골 벼락 치듯, 강짜 싸움에 기집 치듯, 담에 걸친 구렁이 치듯"('흥부가' 중)

"그가 사무실 여직원과 바람을 피운 사실을 알았을 때 아내는 강짜를 부리지 않았다. 남자 후배와의 심상치 않은 관계를 묵인해 준 대가인 셈이었다."

일회용 사랑이 범람하는 시대이다 보니 이젠 질투할 일이 없어져 '강짜'를 엉뚱한 의미로 쓰게 되는 것일까?

김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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