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으로 불어난 ‘490만원 연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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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490만원의 임대료를 4년간 체납하자 빚이 원금(2억2540만원)의 22배인 50억원으로 불어났다.서울 강남의 한 찜질방에서 벌어진 일이다.채무자들이 법원이 내린 강제조정 결정을 이행하지 않아 징벌 차원의 이자를 물게 된 것이다.그러나 상식에 비춰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온다.

2003년 서울 서초동 국제전자센터 지하상가 상인들은 각자 하던 장사를 그만두고 건평 3966m² 규모의 대형 찜질방을 만들기로 했다. 원래 이 지하상가에는 소상인들이 각자 점포를 갖고 장사를 했었다.이들 중 노모(66ㆍ여)씨가 자신을 포함해 상인 7명 명의로 주식회사를 설립,찜질방 공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모(56)씨 등 5명이 반대해 이듬해 2월 공사가 중단됐다.

찜질방 대표에 선임된 노씨는 곧바로 서울중앙지법에 공사재개 신청을 냈다. 2개월을 심리한 법원은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다.“공사를 재개하되 신청인측 상인 15명이 반대자 5명에게 월 490만원의 임대료를 지급하라”는 내용이었다. 법원은 “지급이 늦어질 경우 매일 3%의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덧붙였다. 연 1095%에 이르는 수치다.노 대표는 사업을 빨리 추진하기 위해 나머지 상인들의 동의없이 이를 수용했다.노씨는 “당시 제2금융권에서 30억원을 융자받아 임대료를 주면 된다고 생각해서 다른 상인들에게는 굳이 알리지 않았고 내가 대표니까 도장을 임의로 만들어도 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꼬였다. 2004년 5월 문을 연 찜질방은 매달 3000만원씩 적자가 날 정도로 손님이 적었다. 게다가 ‘사업 전망이 없다’는 이유로 금융권 대출도 무산됐다. 결국 노씨는 이씨측에 임대료를 한 번도 주지 못했다. 밀린 임대료에 매일 3%씩 연체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 4년만에 빚이 50억원대로 커진 것이다. 이에 이씨측은 조정결정을 근거로 신청인측 상인 5명의 부동산에 대한 경매절차에 들어갔다. 반면 신청인측은 “연1095%의 지연이자와 강제경매는 무효”라며 맞소송을 냈다. 당시 조정결정을 내린 재판부 관계자는 “지연이자는 계약 위반에 대한 일종의 벌로 이자제한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위약벌=계약 위반에 대한 제재 성격의 위약금 또는 징벌적 이자를 뜻한다. 보통 연예인이나 프로선수 계약서에 명시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인 금전대출 이자의 경우 이자제한법상 연 49%(2007년 개정 이전엔 연 66%)를 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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