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황복수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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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반도의 휴전선 이남엔 약 1백50종의 민물고기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복어의 일종인 황복이 그중의 하나다.
전세계에는 1백여종의 복어가 있고 한반도만 해도 18종이 있지만 약용(藥用)으로나,맛으로나 황복을 으뜸으로 친다.허준(許浚)의『동의보감(東醫寶鑑)』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맛은 달지만 독이 있다.허약한 것을 보(補)하고 습한 것을제거하며 허리와 다리를 조절한다.치질을 낫게 하고 몸안의 벌레를 죽인다.건드리면 화가 배에 차서 부풀어오른다.이 물고기에는큰 독이 있다.맛은 비록 좋다고 하지만 조리를 잘못하면 사람을죽이게 되므로 조심해야 한다.살에는 독이 없으나 간이나 알에는큰 독이 있다.조리할 때는 반드시 간.알.등의 살에 붙은 검은피를 떼버려야 한다.피를 깨끗이 씻어버리면 좋다.미나리와 함께끓여먹으면 독을 없앨 수 있다.』 복어 요리는 오래 전부터 일본이 가장 발달했으나 즐겨 먹기로 따지면 중국의 한족(漢族)을따라갈 민족이 없다.
송(宋)나라 때의 시인 소동파(蘇東坡)는 복어회를 먹고 그 맛을 찬양하면서 복어의 신비스런 맛은 사람의 생명과 바꿀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양자강(揚子江)유역인 한구(漢口)는 그들이 강돈(江豚)이라 부르는 우리의 황복과 같은 종류의 복어 명산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특수층에서는 오래전부터 즐겨온 것으로 기록돼 있지만 복요리가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은 60년대 중반 이후부터의 일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 물고기가 잡히면 잡어(雜魚)취급을 해 놓아주기 일쑤였다고 한다.멋모르고 황복을 먹다 죽은 사람이 많아기피한 탓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요즘엔 복어를 즐기는 사람이 급증했고,미식가들은 복어중에서도 어김없이 황복을 찾는다.
문제는 이 황복이 봄철 산란(産卵)을 위해 서해안에서 한강 하류로 올라오는 희귀어종이라는데 있다.다른 복어보다 비싸게 잘팔리니까 알을 낳기도 전에 남획(濫獲)하게 되고,그러다 보면 멸종을 우려할 정도까지 이르게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이에 따라 민물고기보존협회등 환경단체들이 산란기간중 잡지 말 것을 당부하는등 황복보호운동에 나섰다는 소식이다.복요리를 즐기는 사람들도 그 취지를 십분 이해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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