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위헌 논란 주식 강제처분 재고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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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고위 공직자의 보유 주식을 신탁기관에 맡겨 강제 처분토록 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국회 행자위를 통과했다. 백지신탁제로 불리는 이 제도는 고위 공직자가 공직상 취득한 정보로 주식 투자를 하거나 공직자의 업무를 통해 보유 주식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주식이 강제로 처분되는 것은 아니다. 직무 관련성이 없는 주식 보유에 대해서는 위원회 심사를 거쳐 예외를 인정토록 했다. 그러나 직무 관련성에 대한 해석의 범위를 어떻게 하느냐를 두고 적지않은 이견이 있어 법안의 최종 통과까지는 물론 시행 과정에서도 논란이 예상된다.

당장 국회의원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소속 상임위의 업무와 보유 주식 간의 연관성이 없으면 된다는 게 제도 도입에 참여한 사람들의 일관적 견해다. 그러나 직무 관련성이란 '직.간접적인 정보의 접근과 영향력 행사의 가능성'을 말한다. 엄밀히 따지면 국회의원은 어떤 상임위에 소속된다 해도 국회의원이란 신분 하나만으로도 '간접적인' 정보 접근과 영향력 행사가 가능하다. 법안을 최종 확정하는 국회 본회의의 투표권은 '직접적인' 영향력 행사의 하나며 법안의 입안 및 조정 과정에 참여하는 소속 정당의 의원총회 등도 '직접적인' 정보 접근의 장(場)이기도 하다. 정부 부처 장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국무회의에 참석해 다른 부처의 주요 업무 계획과 진행 상황을 충분히 접할 수 있다.

결국 직무 관련성에 대한 논란은 두고두고 계속될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정치적 판단이 개입될 소지가 크고 음모론이 끼어들 틈이 생긴다. 그것 자체로 또 다른 논란이 야기될 수도 있다. 따라서 제도 본래의 취지를 살리면 족하지 강제처분이란 최후적 수단을 동원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더욱이 개인의 재산권 침해라는 위헌적 요소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부동산 강제 처분은 빼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주식의 매각 및 매입을 못하게 하고 보유 주식의 의결권 행사를 금지하는 선에서 조정하는 게 합리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