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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톱>다넬 마틴 감독 "이대로가 좋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비디오를 보는 묘미는 아무래도 묻혀진 좋은 작품을 찾아내는데있는 것 같다.웬만한 영화들은 극장에서 먼저 개봉되기 때문에 비디오로 나올 때면 사실 김빠진 맥주같지만 미개봉작중 괜찮은 작품을 골랐다치면 두배로 이득 본 것같이 뿌듯하 다(극장보다 싼 대여료로 뜻밖의 성과!).
스파이크 리 감독밑에서 연출수업을 한 미국의 흑인 여감독 다넬 마틴의 『이대로가 좋다』(I Like It Like That)는 이런 기분을 충족시켜주는 영화다.
젊고 가난한 부부가 비전없는 일상을 탈피해 가는 내용을 치밀하면서도 경쾌한 터치로 그려냈다.지난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올라 호평받았던 작품이다.
치노와 리셋은 자신들의 「사랑」을 동네방네 과시하는 젊은 부부.어느날 치노는 거리의 정전을 틈타 리셋이 평소 원하던 전축을 훔치다 철창 신세를 진다.
리셋은 보석금을 구하기위해 동분서주하지만 따로 사는 부모는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세 아이는 악머구리 같고 집안은 엉망이다.오빠의 권유로 모델에이전시를 찾아가지만 돈드는 일은 왜이리많은지. 우여곡절끝에 레코드 기획자의 비서가 된 리셋은 신선한아이디어로 신임을 얻지만 이웃들은 백인 기획자와의 관계를 오해한다. 이를 알게된 치노는 옆집 매리의 도움으로 감옥을 나서고치노가 매리 아기의 아버지라고 오해한 리셋은 홧김에 상사와 일을 저지른다.
틀어질 뻔했던 이들 사이는 말썽꾸러기 아들이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막기위해 다시 이어지고 오해를 푼뒤 서로를 용서하면서 새 삶을 펼친다.자신의 「능력」이 다른 남자보다 낫다는말에 순식간에 해해거리는 치노의 모습은 남자들의 심리가 얼마나단순한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인상적 장면.출연진 거의 전원이 흑인이거나 남미계통이지만 바로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곰살맞게그려낸 여감독의 눈썰미가 대단하다.
『글라디에이터』에서 권투선수로 나왔던 존 세다와 브로드웨이 뮤지컬배우 출신 로렌 벨레즈의 열연이 돋보이고 성전환 수술을 해 멋진 여자로 살고 싶어하는 리셋 오빠의 푼수같은 행동거지도양념처럼 맛깔스럽다.
「결혼반지」를 낀 손가락으로 비디오 전원을 끄는 부부는 자신들이 행복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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