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아프가니스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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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아프가니스탄은 한번도 세배만한 넓이의 나라. 그러나 전국토가풀 한포기,나무 한그루 변변 자라지 않는 진회색의 힌두쿠시산맥이 등뼈를 이루고,주변은 半사막이 지평선과 맞닿아 있는 그런 불모의 땅이다. 그러나 인간의 정서란 다양해 저승 빛깔을 닮은쪽빛 하늘 밑에 우뚝 솟아있는 힌두쿠시의 연봉들을 바라다보고 있노라면 문득 山의 고독감이 뼈에 시리도록 와닿는다.
인도의 뉴델리를 출발한 소련제 60인승 일류신 여객기의 비행시간은 1시간30분 남짓.문득 힌두쿠시의 설산이 시야를 가리자승객들은 두번 놀란다.여객기가 금방 착륙하지 않고 한동안 설산밑을 맴돈다.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이 우물속 같은 분지에 자리잡고 있어 주변을 돌면서 점차 고도를 낮추어야 착륙할 수 있기 때문이다.뒤이어 또 한번 놀라게 하는 것은 발 밑으로 보이는 카불시가지의 모습.일국의 수도인데도 보이는 것은 흡사 불개미집 같은 황토색 단층집들뿐이다.한 마디로 옛날 어느 시점에서시간이 멈춰버린 땅.그러나 아이로니컬하게도 그런 곳을 찾아가야만 지나간 세월이 아직도 살아 숨쉬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은 한반도 세배만한 넓이의 나라.
그러나 전 국토가 풀 한포기,나무 한그루 변변히 자라지 않는진회색의 힌두쿠시산맥이 등뼈를 이루고,주변은 반(半)사막이 지평선과 맞닿아 있는 그런 불모의 땅이다.
그러나 인간의 정서란 다양해 저승 빛깔을 닮은 쪽빛 하늘 밑에 우뚝 솟아있는 힌두쿠시의 연봉들을 바라다보고 있노라면 문득산(山)의 고독감이 뼈에 시리도록 와 닿는다.
동서양이 융합된 헬레니즘 문화가 절정을 이루었던 역사의 장소간다하르는 카불에서 서남쪽으로 6백80㎞.이곳에 와서 서양인 모습을 한 부처상을 대하면 눈이 초승달처럼 째진 부처상만을 보아온 우리의 관념이 무용지물이 된다.2천5백여년 전의 석가모니는 과연 서양사람 모습을 하고 있었을까.
간다하르의 유물은 대부분 카불 시가지 서쪽으로 4㎞쯤 떨어져있는 박물관으로 옮겨놓았다.내전이 시작된 이래로 폐관됐지만 눈치 빠른 여행객이라면 보초병에게 5달러 상당의 아프가니스탄 지폐로 뒷거래를 해서 3층 박물관을 독차지해 구경 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릴 수가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부처상도 아프가니스탄에 있다.카불에서 자동차를 타고 서북쪽으로 힌두쿠시 산맥을 8시간정도 오르면 바미안이라는 조그만 마을이 나오고 그 마을 뒷산에 거대한 부처상이 조각돼 있다.장엄한 부처상 앞에 서면 인간의 모습 이 더욱 왜소하게 느껴진다.
바미안 불상에서 조금만 더 가면 반드아밀 호수가 나온다.이 호수는 풀 한포기 없는 3천5백m의 스산한 계곡에 뜻밖에도 진한 코발트색 물이 고여있어 보는 사람의 느낌에 따라서는 저승에와 있다는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이제 힌두쿠시산맥을 넘어보자.모래바람이 불면 바로 코앞도 안보이는 허허로운 사막 한복판에 마자르샤리프라는 이슬람도시가 나온다.그곳에서 이곳 사람들의 주식인 양고기와 세계에서 가장 맛좋은 살구와 포도를 실컷 먹고난 후 다시 북상을 해보자.
한무리의 낙타떼가 옛 칭기즈칸 주둔지 곁을 지나가는 것이 보이고 40여㎞ 더 가면 긴 띠처럼 흘러내리는 것이 시야에 들어온다.아무다리요강이다.
파미르고원에서 발원해 아프가니스탄과 우즈베크 국경을 흐르다가아랄해로 흘러드는 아프가니스탄 유일의 큰 강이다.아무다리요강 국경 다리를 건너면 테르메스라는 조그만 시골마을이 나오고 드디어 우리와 같은 보통사람들이 사는 세상이 기다리 고 있다.
현대식 집과 식당.무도장도 있다.아무튼 아프가니스탄은 테마여행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옛 고선지장군의 발자취를 따라 한번쯤 가봐야 할 장소.
고선지장군의 정벌이후 필자는 유엔의 수석고문관으로 2년동안(1989~1991)아프가니스탄의 유일한 한국인으로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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