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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보울 쇼’ 1억 미국인 사로잡은 한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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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2008년 2월3일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에서 열린 제42회 미국 프로풋볼(NFL) 수퍼보울 경기. 역대 최다인 1억여 시청자의 눈길이 집중됐다. 이 가운데서도 하프타임 쇼(경기 중간 휴식시간에 하는 쇼)는 단일 이벤트로는 미국 최대 규모로 불린다. 이를 총감독한 한인 최명현(37·미국명 새미 최·사진)씨. NFL 본사의 유일한 한인 임원으로 이벤트 프레젠테이션 디렉터를 맡고 있다. 뉴욕에서 고교과정까지 마친 이민 2세인 그를 4일(현지시간) 맨해튼 NFL 본사에서 만나봤다.

-NFL에서 맡은 일은.

“수퍼보울 하프타임 쇼 등 NFL의 모든 실황 행사와 팬서비스 이벤트를 총감독한다. 이벤트의 음악·조명·비디오 등을 연출하고, 쇼에 출연할 스타들을 섭외한다. 수퍼보울 하프타임 쇼 같은 대형 행사는 그래미상·아카데미상·토니상 시상식을 연출하는 최고의 프로듀서들을 고용해 함께 일한다.”

-어떻게 이 자리까지 왔나.

“순전히 행운이다. 대학(타우손대, TV프로덕션 전공)을 다니며 볼티모어에서 유명한 록밴드 ‘크러싱 데이’ 리드 기타리스트로 활동했다. 그 뒤 음반회사에 취직했는데, 1997년 회사가 망해 실직자가 됐다. 하루는 친구와 레인저스 게임을 보러 매디슨스퀘어가든(MSG)에 갔는데 하프타임에 ‘메가트론’(경기장 가운데 매달린 초대형 멀티비전)에 내 얼굴이 잠깐 나왔다. 나를 찍어준 카메라맨이 누군지 궁금해서 인사도 할 겸 카메라 팀이 있는 곳으로 갔다. ‘폴’이라는 카메라 감독을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MSG에서 사람을 뽑는다며 응시해보라고 했다. 며칠 뒤 면접을 보러가서 면접관에게 ‘첫달 봉급은 안 받을 테니 일을 한번 시켜봐달라’고 했다. 그러자 그는 ‘느낌이 좋다. 함께 일해보자’며 내게 이벤트 프로덕션 보조를 제안했다. 알고 보니 그는 MSG의 ‘넘버 2’였던 바비 골드워터 수석 부사장(이벤트 총괄)이었다.”

-백인 일색인 스포츠 이벤트 분야에서 자리 잡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좋아하는 스포츠와 이벤트를 함께할 수 있게 됐으니 정말 열심히 일했다. 그러다 보니 인정도 받고, 기회가 오더라. 1년 만에 점보트론 제작 책임자로 승진했고, 닉스와 레인저스, 테니스 경기·콘서트 등 다양한 행사를 연출했다. 그 뒤 레인저스 이벤트 총감독으로 자리를 옮겨 2년 반 동안 있었다. 레인저스와 닉스는 MSG와 모회사가 같다. 그런데 미 프로하키리그(NHL)에서 모든 이벤트를 총괄, 감독하는 자리를 제안했다. 그 뒤 NHL 주요 경기와 행사를 연출했다.”

-왜 NFL로 자리를 옮겼나.

“NHL에서 노사 문제가 발생해 1년간 경기가 열리지 못했다. MSG에서 나를 뽑아줬던 골드워터 부사장이 이번엔 NFL에서 함께 일하자고 제안해왔다. 믿기지 않아 ‘나더러 수퍼보울을 연출하라는 겁니까’라고 반문했다. 2004년 당시 수퍼보울 하프타임 쇼에서 자넷 잭슨이 공연중 상반신이 노출된 사건이 발생해 관련자들이 모두 문책 해임되자 골드워트 부사장이 NFL 이벤트 총괄 부사장으로 옮긴 거였다. 그는 내 인생에서 두 차례나 은인이다.”

-하인스 워드 덕분에 한인들의 NFL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그는 가장 중요한 게임에서 제일 영예로운 상(MVP)을 받은 사람이다. 미국민의 45%가 TV를 통해 그 순간을 지켜봤다. 한인으로서 워드를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아직 접촉할 기회가 없었지만, 꼭 한번 만나 보고 싶다.”

 
뉴욕지사=안준용 기자 jyah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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