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이르면 연내 총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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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권이양과 이라크 정부수립으로 가는 첫 문이 열렸다.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IGC)는 8일 미국의 주권이양 이후 정식 헌법이 제정될 때까지 기본법 역할을 할 임시헌법에 서명했다.

제정시한인 지난달 28일을 넘기고 두차례나 서명이 연기되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헌법 서명으로 이라크의 본격적인 전후 정치재건이 시작됐다.

◇무엇이 달라지나=임시헌법을 바탕으로 이라크인들은 '새로운' 이라크 정치체제를 구축한다. 우선 정치체제가 완전히 바뀐다. 임시헌법은 이라크가 연방제로 나아갈 것을 규정하고 있다.

정부 구성은 1인 대통령제를 바탕으로 부통령 두명과 총리 한명을 두게 된다. 임시헌법은 또 새 정부 구성을 위한 직접 총선거를 가능하면 올해 안에, 혹은 늦어도 내년 1월 말까지 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시아파의 조기총선 요구도 일부 수렴했다.

중동권에서 항상 문제가 되는 법원(法源) 문제도 이슬람을 공식 종교로 하고 이슬람법인 샤리아를 모든 법 제정의 토대가 되는 법원(the source)이 아닌 '하나의 법원(a source)'으로만 인정했다.

이란과 수단 등 과격 이슬람국가와 달리 세속화된 실정법을 국가법의 기틀로 삼겠다는 미국의 압력에 일부 시아파 및 수니파 과도위 위원들이 승복했다.

임시헌법은 그동안 별 논란이 없었던 언론의 자유, 평등의 원칙 등은 그대로 기본법안에 반영해 인간의 기본권에 대한 보장을 확인했다. 또 임시의회 의석의 25%를 여성에게 할당하는 규정을 뒀다.

◇일부 쟁점 합의 안 돼=가장 큰 걸림돌은 쿠르드족 자치권 문제다. 임시헌법은 연방주의 원칙을 선언했으나 쿠르드족 자치 등 법률의 세부적 적용은 앞으로 선출될 정부 몫으로 남겨 놓음으로써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아르빌.술라이마니야.도후크 등 3개 주(州)에서 사실상 자치를 누려온 쿠르드족이 궁극적으로 독립국가 창설을 원하고 있어 민감한 사안이다.

시아파들은 일단 문제가 되던 '전국 18개 주 중 3개 주가 주민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헌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제61조 C항을 받아들이기로 했지만 향후 영구헌법 제정시 혹은 그 이전에 다시한번 이라크 정국을 뒤흔드는 혼란이 발생할 여지를 남겨두었다.

여기에 임시헌법은 점령군으로부터 7월 1일자로 권력을 승계할 임시정부 구성에 대한 세부사항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 현재로서는 유엔이 과도통치위를 도와 총선 전까지 이라크를 이끌 지도부 구성을 돕는다는 것이 미국의 구상이다.

그러나 이미 과도통치위 내부와 시아파.수니파.쿠르드족 등 향후 주권을 이양받을 임시정부에 대한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어 합의가 쉽지 않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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