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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버린 배후에 '얼굴 감춘 두형제'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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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최태원 SK㈜ 회장 퇴출 쿠데타를 주도하고 있는 소버린 자산운용의 배후에는 뉴질랜드 출신의 챈들러 형제가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8일 "소버린의 소유주인 리처드와 크리스토퍼 챈들러는 비밀스러운 형제"라며 "투자 대상기업을 상대로 기업 경영의 투명성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들 형제 스스로가 베일에 싸여 있어 온갖 음모론이 난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챈들러 형제는 1980년대 중반까지 뉴질랜드 북부 해밀턴에서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의류.생활용품 유통업체를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유통업체를 매각한 종자돈(시드머니)으로 홍콩의 부동산에 투자하는 등 신흥시장 전문 투자자로 나섰다는 것이다.

이들의 기업 사냥에 있어 첫 목표는 90년대 초 브라질의 이동통신사업자 텔레브라스였다.

이어 러시아로 눈을 돌려 세계 최대 가스회사인 가스프롬과 루코일 등에도 투자했다. 경영진의 부패와 부정이 만연하는 등 기업 지배구조가 취약하다는 이유로 실적 대비 주가가 저평가된 기업들을 겨냥한 것이었다. 결국 지난해 6월 챈들러 형제는 직접 모스크바를 방문해 주주들의 배당금을 늘리고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한다는 가스프롬 측의 약속을 받아내는 등 형제의 전략은 성공했다. 이런 독특한 투자 기법으로 20년 동안 모은 형제의 재산은 수십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FT는 "형인 리처드 챈들러가 82년 오클랜드대에서 쓴 논문 주제가 '기업 지배구조의 장기적 이익'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이들의 정체는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어 국제 투기 자본이 아니냐는 의혹이 계속 일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이와 관련, 소버린 측은 "현재 챈들러 형제는 회사의 고문직을 맡고 있다"고 밝혔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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