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盧대통령 '10분의 1 발언' 사과하고 철회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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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검찰의 대선자금 중간 결과 발표에 따르면 노무현 대통령 측이 대선 기간에 받은 불법자금은 113억여원으로 집계된다. 한나라당의 불법자금 823억원의 13.8%에 이른다. 10분의 1이 넘은 것이다.

물론 수사가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盧대통령 측 불법자금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측 불법자금의 10분의 1이 넘는다는 점은 뒤집히지 않을 것 같다. 이는 4대 그룹이 제공한 자금만 보아도 알 수 있다. 한나라당에 준 돈은 이미 지난해 드러난 반면 살아있는 권력인 盧대통령 측에 건네진 부분은 최근에야 겨우 부분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앞으로 수사를 더 한다면 盧대통령 측이 받은 것이 나올 가능성이 더 크다.

盧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4일 "우리가 쓴 불법 자금 규모가 한나라당의 10분의 1을 넘으면 대통령직을 걸고 정계를 은퇴할 용의가 있다. 몰랐다는 얘기를 않겠다"고 말한 바 있다. 야당 대표들과 열린우리당 김원기 당시 중앙상임위 의장이 참석한 청와대 회동에서다.

사실 10분의 1을 넘느냐 여부는 법적으론 의미가 없다. 100분의 1을 받았어도 불법은 불법이다. 더구나 대통령이 불법 선거자금을 100억원 이상 받았다면 그 자체로 큰 문제다. 이 부분은 검찰이 양측을 철저히 조사해 법에 따른 조치를 취해야 한다.

문제는 盧대통령의 10분의 1 발언이 대통령의 거취와 관련된 별도의 중요 쟁점이라는 데 있다. 盧대통령의 자신감과 도덕적 우월성 주장은 여야 간의 '부패 대 반부패' 대결구도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 이 와중에 여권이 득을 본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이 때문에 盧대통령은 검찰 발표를 계기로 자신의 입으로 말한 10분의 1 발언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당시의 상황과 진의를 해명하고, 발언으로 피해를 본 측에 대한 사과, 그리고 발언의 철회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야당은 즉각 사퇴를 요구할 수밖에 없고, 가뜩이나 탄핵 문제로 시끄러운 정국은 일대 혼란에 빠져들게 된다. 盧대통령은 현명한 판단을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