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호남 현역’ 절반이 날아갈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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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승 공심위원장은 지난달 26일 이미 “호남 지역 현역 의원 30%를 1차 심사에서 탈락시키겠다”고 공언했었다. 박 위원장은 6일 서울 당산동 당사에서 기자들에게 “통합민주당에 대한 호남 지역의 애정이 다른 지역에 비해 남다르다”며 “호남의 변화가 민주당 변화의 상징인 만큼 호남의 변화는 엄격하고 단호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경철 공심위 간사도 이날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호남에서 예외 없이 30%를 탈락시키는 것은 확실하다”며 “(심사 결과의) 목표치가 30%라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은 심사 대상으로도 삼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각종 서류 심사와 면접 결과를 반영한 본격적인 평가는 2, 3차 심사에서 이뤄질 예정이어서 실제 현역 의원 교체의 폭은 50%에 육박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합민주당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이 6일 서울 당산동 당사 앞에서 공천 탈락에 항의하고 있는 설훈 전 의원 지지자들을 지나 당사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조용철 기자]


호남 지역 현역 의원들은 공심위의 행보에 여론의 힘이 실린 터라 대놓고 반발은 못해도 끓는 속을 감추지는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남 지역의 한 의원은 “우리도 17대 때 치열한 경선을 거쳐 후보가 됐던 사람들”이라며 “마치 청산 대상 집단인 듯 몰아가는 분위기에 심한 모멸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광주 지역의 한 의원은 “소위 정치 신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도덕성과 참신성이 현역 의원보다 높다고 보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며 “개개인을 평가해 보지도 않고 일정 비율을 배제하는 것이 오히려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들썩이는 당 분위기를 의식한 듯 민주당 공심위는 이날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박 위원장은 회의에 앞서 “(유감을 표명한) 당 지도부의 마음을 헤아리고 있고 우리 기준 때문에 마음의 아픔을 감내해야 하는 분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공심위는 이날 전국 71개 단수 후보 지역에 대한 심사를 진행해 이 중 62개 지역의 단수 후보를 ‘공천 적합’, 나머지 9명을 ‘보류’로 분류한 결과를 당 대표에게 전달하고 협의 절차를 거쳤다.

9명에 대한 보류 판정에 대해 박 간사는 “절대 불가라기보다 후보 추천 문제에 대해 상당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라며 “적합 의견을 내기에는 상당한 불편함이 있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단수 후보라도 공천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의미다. 보류 인사들에 대해 그는 “당이 재심을 요청하면 이들의 적합 여부를 보다 면밀히 심사해 결론을 낼 수도 있고 당에서 전략적 고려를 할 수도 있다”며 공천의 여지는 남겨 뒀다.

보류 대상자 중 현역 의원 포함 가능성에 대해 한 공심위원은 “공심위원들의 평가는 박 위원장이 종합해 다른 사람은 최종 결과를 알기 어렵다”고 말한 뒤 “1~2명 포함됐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62명의 명단은 7일 최고위원회의 최종 심의 절차를 거쳐 발표될 예정이다.

한편 공심위는 3회 이상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사람은 무조건 공천에서 배제하겠다는 ‘음주운전 삼진 아웃제’를 심사 기준에 추가했다. 박 위원장은 “음주운전은 자신뿐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는 행위”라며 “여기에 해당하는 사람은 다른 이유를 불문하고 공천에서 배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장혁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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