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도 “개혁 공천 남 일 아니다”

통합민주당 박재승 공심위원장의 ‘공천 쿠데타’를 바라보는 한나라당은 좌불안석이다.

비리·부패 전력자 공천 배제와 호남 물갈이를 내세운 민주당의 공천 과정이 ‘개혁 공천’으로 여론에 인식되는 분위기 때문이다. 당내에선 이대로 가다간 “과반은커녕 승리도 장담 못 한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한나라당도 ‘금고형 이상 전력자 공천 배제’라는 기준을 세워 실천에 옮겼다. 하지만 종반에 접어든 당 공천 내용을 놓고 ‘물갈이 없는 공천’ ‘계파 안배 공천’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5일 “장관 인사 파동으로 민심이 심상찮은 상황에서 공천 이슈까지 민주당에 넘겨주면 총선에서 당이 큰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며 “민주당 공천이 한나라당 공천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인 비서실장을 지낸 임태희 의원도 이날 라디오에 출연, “공천이 전략적으로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않으면 이번 총선에서 국민적 심판을 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은 “한나라당은 어떤 기준도 어떤 작전도 없다. 인적 쇄신에 대한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일각에선 공심위가 자극을 받아 독자적으로 움직일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한 공심위원은 “(계파로부터) 자율성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달라”고 요청했다.

당장 이르면 7일께 발표할 영남권 공천 심사 결과가 주목받고 있다. 영남권 공천에서 물갈이 수준이 미미할 경우 총선 상황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당 지도부와 공천심사위 사이의 갈등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당 지도부는 5일 김영일(은평갑) 전 강릉 MBC사장과 안홍렬(서울 강북을) 당협위원장에 대해 공천 내정을 재검토해 달라고 요구했다.

신용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