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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등소평 이후의 중국경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덩샤오핑(鄧小平)은 1978년 이후 실시된 중국의 개혁.개방의 설계사인 동시에 그 흐름을 이끌어온 지도자로서 오늘날의 중국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그동안 천안문사태와 같은 결정적인 위기도 있었지만 중국이 이 위기를 오히려 개 혁.개방의 지속을 통해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鄧의 지도력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이와같은 이유로 일각에서는 鄧의 죽음이 중국의정치적 구도는 물론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큰 파장을 가져올 것으로 예견한다.심지어 이를 계기로 중국 이 다시 보수화한다거나 혹은 지역적으로 분할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전망까지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극단적 전망은 상황을 과도하게 단순화하고 일부불안요소를 과대평가한 것으로 현실성이 약해 보인다.다만 鄧 사후(死後)에는 권력이양기에 나타날 수 있는 일정한 변화와 혼란이 불가피하게 발생할 것이다.
먼저 정치적 측면에서 鄧 사후에도 1997년으로 예정된 공산당 15기 전국인민대표대회까지는 기존의 지도체제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鄧의 사망을 전후해 과도기적인 우여곡절이 나타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장쩌민(江澤民)이 중심이 되고 리 펑(李鵬).
차오스(喬石)등이 주요 역할을 분담하는 집단지도체제가 유지될 것이다.이들의 정책과제는 자신들 권력의 정당성 확보를 위해 국민의 경제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있을 것이며,이를 위해 개혁.개방정책의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 다.그러나 이 개혁.개방의 심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부작용을 일정 수준으로 억제해 사회적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또하나의 정책목표가 될 것이다. 이렇게 상충되는 두 정책목표 중 일단은 경제성장 보다 안정위주의 정책이 우선시될 것으로 보인다.지난 3년여동안 연평균 12% 이상의 고속성장의 이면에선 연25%에 가까운 고율의 인플레,심각한 부정부패,지역간 발전격차의 심화,국유 기업의 비효율,농업생산의 침체등 심각한 구조적 문제가 발생했다.
이들 문제중 특히 단기적으로 심각한 사회불안 요소가 되는 것은 인플레와 부정부패로 중국 지도부는 경제성장을 다소 희생하더라도 부패 척결및 인플레 억제의 가시화에 각종 정책수단을 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와같은 안정 위주의 정책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경제안정을 달성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동원될 행정적 통제의 강화는중국 경제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지방및 비국유부문의 성장 에너지를 크게 약화시키게 된다.이 경우 중국경제는 심 각한 불황에 빠져들어 안정정책의 강화가 오히려 정책목표인 사회안정 자체를 위협하게 될 위험이 있다.따라서 분권화의 확대를 통한 성장위주정책으로의 복귀가 불가피해질 것이다.
그 경우 중국은 과도기중 안정적 성장을 달성하기 위한 경제체제의 정비와 경제정책 수단의 확보가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그 경제는 다시 지난 2~3년간 나타났던 고성장-고인플레의 구조를노정하게 될 것이다.이러한 경제구조는 다시 중앙 과 지방간의 이해관계 대립과 조정,지역간.계층간 소득격차의 확대,당.군.정각급의 부패구조의 지속등 심각한 문제들을 수반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구조적인 경제문제는 공산당 독재라는 정치체제및 사회주의시장경제라고 하는 경제체제까지 도 전받게 될 것이며,결국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들에 대응하는 과정에 따라 중국경제의 장기적 행로가 결정될 것이다.
이상의 논의를 정리하면 중국은 鄧의 사망을 통해 단기적으로 파국에 이를 가능성이 낮고,장기적으로 경제대국으로 등장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그러나 중국이 그 잠재력을 현실화하는 과정에서는 중국경제가 안고있는 구조적인 문제들을 풀어가야 하는 난제가 남아있다고 할 수 있다.
〈대외경제정책硏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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