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복걸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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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복권에 당첨되는 횡재를 하면 현재보다 행복해질까. 미국에서 최근 40년 동안 거액의 복권에 당첨된 23명 중 21명이 알거지 신세가 됐다는 조사 결과가 있었다. 복권 당첨자의 90%가 이전보다 불행해진 셈이다.

횡재(橫財)는 곧 횡액(橫厄)이 될 수도 있다. 그렇거나 말거나 복권은 일단 되고 볼 일이다. 많은 사람은 자신이 당첨되기를 꿈꾸며 오늘도 복권을 산다. 되고 안 되고는 다 운에 달린 것. ‘복걸복’이다. 나라고 당첨되지 말란 법이 없다. 이처럼 어떤 일을 하면서 막연하게 운에 기대는 경우 흔히 ‘복걸복’이란 말을 사용한다. ‘복궐복’ ‘복골복’이라 하기도 한다.

그러나 ‘복걸복’ 또는 ‘복궐복’ ‘복골복’은 없는 단어다. ‘복불복(福不福)’이 맞는 말이다. ‘복불복’은 복이 있고 없음을 뜻한다. 사람의 운수를 이르는 말로, 어떤 일의 성사 여부가 불투명할 때 또는 똑 같은 경우와 환경에서 여러 사람의 운이 각각 차이가 날 때 주로 쓰인다.

‘복불복’의 발음이 불편해 자연스럽게 소리 내다 보니 ‘복걸복’ ‘복궐복’ 등으로 변화한 것으로 보인다. ‘복불복’이 바른 말이다.

배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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