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소버린과 '경영권 票대결' 최태원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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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이 사외이사 비중을 크게 하고 오너 일가를 계열사 경영에서 잇따라 손을 떼도록 한 가운데 최태원 SK㈜ 회장이 그룹의 경영체제 개편에 대한 자신의 심경과 계획을 처음으로 밝혔다.

崔회장은 중앙일보 이코노미스트가 창간 20주년을 기념해 초청한 일본의 경제평론가 오마에 겐이치와 지난 6일 특별대담을 열고 "과거 한 사람이 결정하던 권한을 이사회로 넘기는 것이 내 임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거의 시스템에서 지배구조가 개선된 시스템으로 가는 데 커넥터(연결고리) 역할을 하려고 한다"고 덧붙여 앞으로도 자신의 주도로 지배구조 개선작업을 가속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그러나 "그룹 체제를 계열사별 독립경영 시스템으로 바꾸고, 이사회의 능력을 배양하려면 분명 시간이 필요한 데도 사회에서는 외부의 누군가를 영입하면 모두 이뤄지는 것으로 여기는 것 같다"며 "(이런 작업은)하루 아침에 이뤄질 수는 없는 만큼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K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SK㈜는 최근 연 이사회에서 손길승 회장이 물러나면서 전체 10명의 이사 중 사내외 이사 비율을 종전 5대5에서 3대7로 바꿨다. SK텔레콤은 최태원 회장과 崔회장의 사촌 형인 표문수 사장, 친동생인 최재원 부사장 등 3명의 오너 일가가 일제히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SK 측은 "이런 개편작업은 崔회장의 강력한 요구에 의해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崔회장은 오는 12일 SK㈜의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다. 이번 주총은 SK㈜의 2대 주주인 소버린 자산운용과 현 경영진 간에 경영권의 향방을 좌우하는 표 대결이 예고된 상태다.

주주들은 양측이 후보로 내세운 사외이사 후보 중 한쪽을 택하게 되고, 그 결과에 따라 이사회의 구성원이 결정된다. 현재까지 양측을 지지하는 지분은 SK㈜가 30%대, 소버린 측이 20%대로 알려져 있다. 40%대에 이르는 나머지 지분의 향방이 승부를 결정짓는 박빙의 상황이다.

한편 소버린 자산운용 측의 사외이사 5명은 지난 6일 소액주주 70여명과 만나 "최고경영자(CEO)를 崔회장에서 다른 인물로 바꾸고, SK텔레콤의 지분(21.5%)도 팔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존 경영진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SK는 "소버린이 명백한 적대적 인수.합병(M&A) 의사를 보인 것으로, 전통의 SK그룹 사업구조를 파괴해 분할 매각하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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