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V시대명음반>시벨리우스 교향곡 제4.5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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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시벨리우스는 세계음악사에 특이한 존재다.그는 당시 음악의 불모지였던 핀란드에서 태어나 후기낭만주의와 국민주의를 융합시켜 토착성이 강하면서도 섬세하고 표현주의적인 음악을 탄생시켰다.
그의 음악이 차갑고 어둡지만 신비로운 북유럽의 시정을 잘 그려내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이에 못지않게 내면적이고 사색적인 톤을 지니고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다.
이 음반에 실린 두 교향곡은 시벨리우스 창작기의 절정기에 속하는 1909년부터 10년간 작곡된 작품들로 연대는 크게 떨어져 있지 않으나 그 내용은 전혀 대조적이다.제4번이 죽음을 생각한 어둡고 사색적인 작품이라면,제5번은 훨씬 밝 고 묘사적이다. 앤터니 콜린스는 1893년 태어난 영국 지휘자로 영국 왕립음악원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한 후 주로 런던심포니 등에서 비올리스트로 활동했다.
그가 지휘자로 명성을 얻게 된 것은 1952년부터 3년간 이루어진 시벨리우스 교향곡 전곡녹음 덕분이다.
그는 시벨리우스 교향곡 전곡을 녹음한 최초의 지휘자가 되었다. 콜린스의 시벨리우스 교향곡 제4번은 사색적이고 어두운 음색과 대담하면서도 섬세한 표현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곡에 관한 한 누구 못지 않게 뛰어난 연주를 했다는 카라얀의 65년 레코딩(DG)은 기능적으로 발군의 연주를 펼쳐내고 있지만 지나치게 외향적인 성향으로 흐르고 있다.이에 반해 콜린스의 연주는 테크닉을 결코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도 깊이있고 내성적인 울림을 만들어내고 있다.
또 제5번은 음악성 짙은 표현력과 밀도있는 정열에서 최상의 연주중 하나로 손꼽힌다.미묘한 뉘앙스나 섬세한 유동감에서 콜린스의 연주에 필적할 수 있는것은 투니오 한니카이넨의 연주뿐이다. 〈BEULAH 4PD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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