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신나간 화물열차 충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안전사고.안전의식 불감증이 너무 심각하다.5일 새벽 서울 영등포역과 신도림역 중간 지점에서 발생한 화물열차의 충돌은 또다시 대형 철도사고가 일어날뻔 했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주고 있다.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하더라도 대구 지하철 공사장 가스폭발사고로 불안한 마음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시점이기 때문에 이 사고를 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사뭇 불안하다.
역 중간에 있는 선로 전환지점에서 두 화물열차가 충돌해 기관차.화차등 2량이 선로를 이탈하는 바람에 8시간동안 열차 운행이 중단되고,상.하행선 열차 2백여대가 연착했다는 것이 사고 개요다.이 사고로 이날 하루종일 경인(京仁)간 도 로교통마저 마비돼 어린이날 나들이에 나섰던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가 관심을 갖는 더 중요한 문제는 선로전환기신호담당자가 판단착오로 신호를 잘못 조작해 두 화물열차 모두에통과신호를 보낸게 사고원인이다.경험이 풍부한 60대 역무원이 왜 그런 판단착오를 일으켰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또 그같은 판단착오라면 화물열차 아닌 여객열차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걱정스럽다.
물론 사고 발생시간이 오전3시17분이고 여객열차가 아니라 신호담당자가 신호조작을 다소 소홀히 했을지도 모른다.그러나 안전사고 때마다 되풀이되는게 「막을 수 있었던 인재(人災)」라는 지적이고,엄청난 인명.재산 피해를 낸 대구 가스폭 발 사고가 사람의 사소한 부주의에서 비롯됐다고 더없이 강조되고 있는 마당이다.도대체 며칠이 지났다고 이런 일이 또 일어났다는 말인가.
다른 자리도 아닌 바로 대형사고를 좌우하는 작업을 맡은 공무원의 안전에 관한 인식이 이정도라면 다른 업무 분야는 더 살펴볼필요도 없는 일이 아닐까.
이제라도 국민들을 안전사고의 위험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그러기 위해서는 안전을 위협하는 사소한 잘못.결함부터 없애야 하고,무엇보다 일선 현장에서 허점이 철저하게 없어져야 한다.「시민 안전의식」을 백번 강조하는 것보다 현장 종사자 의 투철한 책임의식과 정확한 손놀림.발놀림 하나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이 이번 열차사고의 교훈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