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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車 신화 美서 살아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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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뉴욕=李璋圭특파원]『한국차를 주목하라.』 최근들어 미국 자동차시장 관계자들은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심을 부쩍 높이고 있다.통계숫자부터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경기냉각 조짐과 함께 미국 자동차 시장이 4월들어 급격히 위축되는 가운데 유독 한국산 자동차의 판매량만이 두드러지게 늘어났다. 4월의 자동차 판매량을 보면 제너럴 모터스(GM)社가 7% 감소한 것을 비롯해 크라이슬러 18.1%,혼다 13.8%,닛산 22.1%,마쓰다 19.3%등 대부분의 메이커들이 심한판매감소 현상을 보였다.
그러나 현대는 엑셀을 대체하는 엑센트의 판매호조에 힘입어 판매량이 전년동월 대비 16.8%나 늘어났는가 하면,작년부터 미국시장에 직접 뛰어든 기아의 경우 판매규모는 아직 보잘 것 없지만 82.9%의 높은 신장률을 기록했다.
사실 현대 엑셀이 시들해지고 쏘나타가 죽을 쑤면서 한국자동차의 미국시장 진출은 끝장나는가 싶었다.캐나다 부르몽 공장도 문을 닫았고,엘란트라나 스쿠프등의 후속차종도 고전을 거듭해 왔다. 그랬던 것이 작년부터 기아가 독자 브랜드로 새로 뛰어들었고현대도 엑센트 신모델과 쏘나타Ⅱ를 선보이면서 분위기를 바꿔놓기시작했다.별 볼일 없다고 흩어졌던 딜러들이 다시 모이는가 하면,자동차전문지들도 한국차 관련기사를 자주 등장시 키고 있다.
첫번째 관심사는 현대의 엑센트가 과연 80년대 중반 「싸구려차」시장을 휩쓸었던 엑셀의 위력을 이어갈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일단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는 것이 딜러들의 반응이다.비록엑셀보다 가격을 1천달러 안팎으로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개선된 성능을 감안하면 여전히 「싼 차」라는 판단에서다.
자동차전문지들뿐만 아니라 뉴욕 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등 유력신문들도 최근 자동차특집란을 통해 엑센트를 호평했다.이런 분위기라면 일단 상륙 첫해의 판매목표인 6만5천대는 무난히 달성할것으로 현대 판매관계자들은 예상하고 있다.오히려 국내의 생산능력 한계 때문에 그 이상 팔려도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쏘나타Ⅱ는 아직도 힘겹다.첫 모델이 망쳤던 이미지 쇄신의 부담뿐만 아니라 중형차 시장의 경쟁이 워낙 치열하기 때문이다.작년의 1만4천대에서 금년에는 2만대로 늘리면 성공이라고 보고 있다. 기아의 선전이 괄목할 만하다.현대와는 달리 서부지역부터시작해 점차적으로 딜러망을 확대해 나가는 판매전략을 쓰고 있는데 적중했다.주종차인 세피아는 공급물량을 제대로 대지 못할 정도다.지프로는 처음 미국시장에 진출한 스포티지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관심거리다.
포드를 통한 주문자상표생산(OEM)을 감안하면 사실 기아의 미국진출은 초년병이 아니다.페스티바(국내에서는 프라이드 모델)의 후속으로 최근 미국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애스파이어도 기아제품이다.따라서 OEM까지 합칠 경우 기아의 올해 미국 수출목표는 12만대 가량으로 현대의 13만대와 거의 맞먹는다.대우도 96년 미국시장 진출을 목표로 로스앤젤레스를 중심으로 구체적인 준비에 들어갔다.
국내 3대 메이커가 모두 미국시장에 뛰어드는 셈이다.
일본 메이커들은 엔高에도 불구하고 여태까지 별로 값을 올리지않았었다.그러나 80엔대가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값을 제대로 올리든지,본국으로 철수하든지를 선택해야 할 판이다.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한국차를 최근들어 새삼 눈여겨 보는 까 닭도 여기에 있다.일본이 후퇴하면 그 자리를 파고들 가장 유력한 후보가 한국이라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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