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후계자’ 메드베데프 압승 예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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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제5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투표가 2일(현지시간) 실시됐다. 헌법상의 3기 연임 금지 조항으로 권좌에서 물러나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후임을 뽑는 선거다.

이번 대선에는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의 드미트리 메드베데프(42) 제1부총리, 최대 야당인 공산당 당수 겐나디 주가노프(63), 극우 민족주의 성향의 자유민주당 당수 블라디미르 지리놉스키(61), 친서방을 내세운 민주당의 안드레이 보그다노프(38) 등 총 4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여론조사 결과 푸틴 대통령이 후계자로 지명한 메드베데프가 70% 이상의 득표율로 압승을 거둘 전망이다.

1차 투표에서 50% 이상 득표자가 없을 경우 1, 2위 득표자가 2차 결선 투표를 치러야 하지만 이런 상황은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04년 대선에서 푸틴 대통령은 71.3%의 지지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출구조사는 투표가 끝난 직후인 2일 밤 9시(한국시간 3일 오전 3시), 선관위의 잠정 개표 결과는 3일 오전 10시(한국시간 3일 오후 4시)에 발표될 예정이다.

투표권을 가진 18세 이상 총유권자 수는 약 1억900만 명이다. RTR 등 러시아 방송들은 이번 투표율이 2004년 대선(64.3%), 지난해 12월 총선(63%)보다 높은 67~70%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블라디미르 추로프 중앙선관위원장은 “역대 가장 많은 투표소가 설치됐다”며 “투표 시간이 덜 걸리고 투표율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대선에는 외국 선거 감시단 230여 명이 투·개표 전 과정을 지켜보게 된다고 러시아 선관위는 밝혔다. 그러나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는 러시아 당국이 지나치게 엄격한 활동 조건을 제시했다며 자체 선거 감시단을 파견하지 않았다.

40대의 메드베데프가 대통령이 되면 26세에 등극한 제정 러시아의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 이후 가장 젊은 러시아 최고 지도자가 된다. 그가 푸틴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권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푸틴 대통령은 메드베데프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총리를 맡겠다고 공언해 왔다. 그래서 일부에선 임기 말에도 80%대의 지지율을 보인 푸틴이 총리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헌법 개정을 통해 수렴청정을 할 것이란 관측까지 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선 메드베데프가 변호사 출신인 데다 정치 성향이 푸틴에 비해 온건해 러시아 정부의 권위주의 색채가 약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편 러시아 정부에 의해 후보 등록이 무산됐던 전 세계 체스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는 당국의 불허 통보에도 불구하고 투표 다음날인 3일 수도 모스크바와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부정 선거에 항의하는 집회를 강행키로 했다. 그는 1일 “이번 선거는 광대극이다. 결과는 오래전부터 나와 있었다”고 비판했다.

모스크바=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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