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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색동호회>영락보린원 애기택견 동아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0면

앞을 바라보는 눈매와 꽉 쥔 주먹이 매섭다.「굼실」하고「능청」거리는 택견의 품새도 무척 부드럽다.
택견을 배운 지 5개월만에 전국 택견대회에 처음 나가 우승을차지한 당찬 어린이들이 있다.그것도 부모가 돌보지 않는 결손가정 어린이들이 힘을 모아 거둔 승리여서 더욱 값졌다.
서울 후암동370번지에 있는 영락보린원의「애기택견동아리」.
이 동아리의 병희.종오.강희 등 6명의 어린이들은 지난달 23일 전국 15개팀 90여명의 어린이가 참가한 가운데 부산 수산대 체육관에서 열렸던「제8회 애기택견경기대회」결승전에서 부산남부전수관팀을 3-1로 가볍게 누르고 88년대회 창설이래 처음으로 우승기를 서울로 가져왔다.
애기택견은 택견이 현대적 경기로 발전하면서 참가자격을 국민학교 재학생에 한정해 독립된 경기를 하고 있는데 현재 전국적으로4백명의 애기택견선수가 있다.경기방법은 5개 체급별 각 1명과후보를 합쳐 6명의 선수가 팀을 이루어 맞붙는 단체전이다.
이번에 처음 출전하여 우승한 영락보린원(원장 우성세)은 영락교회 한경직목사에 의해 설립된 사회복지법인으로 현재 1백4명이수용돼 있다.
영락보린원에서 택견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12월부터.원생들에게 의지력.체력.공동체 의식을 길러주고 특히 사회에 나갔을 때강한 자신감을 키울 수 있는 방법으로 우리 고유 전통무예인 택견을 가르치고 싶다는 요청을 대한택견협회가 흔쾌 히 받아들인 것. 처음 희망자는 29명.평소에는 사단법인 대한택견협회에서 자원봉사자로 파견한 지도강사로부터 매주 2회 1시간씩 수련을 했다.그후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선발된 선수 6명은 한달간 매일 집중훈련을 받았다.
영락보린원에서 택견을 지도했던 여덕(余德.30)5단은『당초 우승은 생각지도 못했다』며『부모가 없는 애들이지만 노력하면 무슨 일이든 이루어낼 수 있다는 것을 체험을 통해 가르쳤다는 것이 가장 기쁘다』고 말했다.余5단은 여성택견지도자 1호이자 여성 최고단자로 이번 대회에서 최우수 지도자로 선정됐다.
우승 이후 원생들의 태도도 크게 변했다.처음 택견을 배울 때숫기가 없고 余5단의 말에도 잘 따르지 않던 아이들이 이제는 자율적으로 도복을 챙기고 수련도 한다.
인사성도 좋아졌다.택견이 가장 강조하는 예절이 몸에 배기 시작한 것이다.어린이날이면 주눅들곤 했던 영락보린원 아이들.이번어린이날에는 절친한 친구가 된「택견」이 있어 외롭지 않다.
河智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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