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머리 외국인’ 설 땅도 줄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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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호 04면

조세피난처가 사라지는 흐름은 국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내 진출 외국기업이나 국내기업 중에서도 조세피난처를 활용하던 곳이 꽤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 투자 외국기업 중에선 실제 투자자와 회사 이름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외환은행을 인수한 미국의 사모펀드 론스타는 ‘LSF-KEB홀딩스’라는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외환은행의 지분을 사고팔았다. 양도소득에 대한 세금을 거의 물리지 않는 벨기에를 일종의 조세피난처로 활용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국내 증시에 투자하고 있는 외국인의 3분의 1가량이 헤지펀드며, 대부분 말레이시아 라부안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의 조세피난처에 주소를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국내기업이 조세피난처를 이용해 위장 지분을 관리하거나 외자 유치를 가장하는 것도 어려워졌다. 증시, 특히 코스닥에선 조세피난처에 있는 펀드를 통해 지분을 사들이거나 외자를 유치했다고 공시해 주가를 끌어올리는 일이 빈번했다. 이른바 ‘검은 머리 외국인’이다. 대기업들은 경영권 방어 등을 위해 조세피난처에 펀드를 만들어 두고 지분을 위장 분산하곤 했었다. 지난해 9월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에 대한 재판에서 현대차가 오마데치·NCI 등의 조세피난처 펀드를 통해 현대하이스코 지분을 사들인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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