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BOOK어린이책] 학교는 고달프다? 아니, 학교는 신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지난 밤 학교에서 생긴 일
조영희 외 글, 임수진 외 그림, 푸른책들
128쪽, 8500원, 초등생

우리 선생 뿔났다
강소천 외 글, 권태향 그림, 루덴스
128쪽, 8800원, 초등생

새 학기다. 아이들 책도 많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왜 이리 겁 주는 이야기가 많은지. 공부 스트레스에, ‘왕따’ 스트레스에, 동화 속 주인공들도 고달프기만 하다. 새 출발을 앞둔 긴장감이 더 고조될 지경이다.

그래서 단편동화 모음집 『지난 밤 학교에서 생긴 일』과 동시집 『우리 선생 뿔났다』가 더 빛나는지도 모르겠다. 두 책 모두 학교를 무대로 신나고 통쾌한 상상력을 펼친다. 따뜻하고 긍정적인 시선이 빠지기 쉬운 ‘유치함’이란 함정도 기막히게 피해갔다. 책장을 넘기며 한바탕 웃다 보면 학교 가는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질 듯하다.

『지난 밤 …』의 표제작 ‘지난 밤 학교에서 생긴 일’(조영희)의 주인공은 ‘언제나 1등’ 호영이다. “시험은 좋은 것일지도 모른다”가 호영이의 첫마디다. “시험 때만 되면 다른 친구들은 학원에서 보충수업을 한다고 난리지만 나는 내가 정리한 공책과 교과서만 보면 된다”니, 부러운 존재다.

하지만 호영이에게도 ‘올백’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시험 전날 교무실을 털어 시험지를 훔치기로 계획을 세웠다. 미리 교무실 창문의 꽂이쇠를 빼놓았고, 아버지의 철물점에서 절단기까지 챙겨뒀다. 밤 열두 시. 드디어 학교 담을 넘었다. 그런데 걸림돌이 많다. 연못에 살고 있던 악어 두 마리에, 초상화에서 나온 유관순 누나, 갑자기 벌떡 일어난 세종대왕 동상까지.

게다가 꼴찌 가인이가 식용유통을 들고 나타난 게 아닌가. 가인이는 “학교 따위, 시험 따위 다 필요 없다”며 “다 태워버리겠다”는 기세였다. 할 수 없이 가인이를 시험지 훔치는 계획에 끼워준 호영이. 우여곡절 끝에 둘은 시험지를 무사히 훔쳐 학교를 빠져 나오지만, 정답을 찾던 중 까무룩 잠이 들어버려 시험을 치르지 못했다. 그래도 기가 죽지 않은 우리의 주인공. “가인이와 나는 비록 그 날 시험을 치르지 못했지만, 앞으로도 시험은 많을 것이다.” 끝까지 당당하다.

한자 쪽지시험 시간에 글자들이 돌아다니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말하는 책받침’(김영혜), 놀림을 당해도 학교가 너무너무 가고 싶었던 땅꾼 할아버지의 아들을 그린 ‘땅꾼 할배 일일 교사 체험기’(이용포), 열한 살 자칭 사춘기 소녀의 첫사랑을 담은 ‘소녀, 풍선껌을 불다’(정은숙) 등 하나같이 아이들의 현실을 유쾌하게 포장한 이야기들이다.

『우리 선생 …』에는 학교를 주제로 쓴 동시 48편이 실려 있다. 강소천·윤석중·이문구·고은·이오덕·권정생·김용택·신형건·정두리 등 유명 시인들이 종소리와 별명, 주사 맞는 날, 청소시간, 낙서 등 학교 생활의 사소한 일상을 정감 어린 시어 속에 녹여냈다. 표제시 ‘우리 선생 뿔났다’(이오덕)만 해도 그렇다.

“얘들아, 조심해라./우리 선생 아침부터 뿔났다.//청소 당번 조심해라./모두 모두 인사 잘해라./숙제는 다 해 놨나?/도화지 잊었으면 빌려 놔라./큰코 다칠라.//오늘 아침 교장 선생한테 꾸중 당하고/우리 선생 뿔났단다.” 무서운 선생님이 한결 친근하게 느껴진다.

이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